3일 블룸버그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기업의 내년 달러채 만기 도래액은 130억 달러(약 18조7421억 원)다. 2024년 92억 달러(약 13조2636억 원), 2025년 103억 달러(약 14조8495억 원), 2026년 111억 달러(약 15조9928억 원), 2027년 55억 달러(약 7조7244억 원)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며 “국내 기업이 발행한 달러채(KP)에 대한 부담이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달러채의 경우 통상 만기가 5년 내외인 점을 참작할 때 상황 시 원금과 이자의 원화 부담이 20~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달러채로 차환할 수 있더라도, 최근 가파른 달러채 금리 상승을 고려할 때 이자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금융시장 불안정성의 확대로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 강세 현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달러 표시 채권)의 부도 위험이 크게 평가되고 가산금리도 오르는 추세다.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30일 0.58%포인트를 기록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선 후 상승추세다. CDS는 채권이 부도나면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원금을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으로 보험료 성격인 CDS 프리미엄이 올라간다.
치솟는 금리를 감당키 힘든 기업들은 외화채 발행을 미루거나 접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한화생명은 최근 최대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NH투자증권은 8월 유로본드(Reg S)의 북빌딩을 접었다. 애초 3년물과 5년물 각각 3억 달러씩 총 6억 달러 발행을 목표로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었다.
환율은 치솟는데 달러벌이는 시원치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4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달러가 그만큼 덜 들어 온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