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에서 수능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감독관 때문에 국어 시험을 망쳤다"고 호소한 적 있습니다. 1교시 국어는 공통과 선택 과목으로 구성되는데, 어떤 과목 문제부터 풀든 수험생 자유입니다. 그런데 감독관이 착각해 선택 과목을 먼저 풀라며 시험지를 넘기면서 방해를 받았다는 겁니다.
앞서 2020년 수능에서는 서울 모 여고에서 시험 종료종이 예정보다 일찍 울려 불이익을 당했다는 항의가 잇따른 적이 있습니다. 감독관이 시험 종료종에 오류가 있음을 알고 다시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준 뒤 2분간 더 풀도록 했지만 학생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야 해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수험생들은 감독관을 상대로 “수능을 망쳤다”며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수능 시험 감독관은 일당 15만 원입니다. 적지 않은 일당 임에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피로도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그런데 감독관들을 정말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위의 사례들처럼 감독관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는 수험생들의 원망 섞인 민원과 그에 따른 법적 분쟁입니다. 실제 감독관을 상대로 수험생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런 이유로 수능 감독관을 기피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면서 교육부가 관련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단체보험에 가입하는 상황까지 빚어졌습니다.
해당 보험의 가입자는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인데요. 평가원은 2019년부터 수능 감독관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수능 시험감독 중의 일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송비용 등을 포함해 최대 청구당 1억 원까지 보장해주는 보험입니다. 보장 내용은 수능 감독관의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손해 배상금, 소송 후 법률 재판 진행 시 피보험자가 지급한 변호사 비용, 중재 및 조정에 따른 비용 등입니다.
평가원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수능 감독관 배상책임보험 입찰 재공고문을 조달청에 게시했다”며 “2019년부터 매년 감독관 기피가 심해지고 감독관에 대한 처우 개선 요구를 반영해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말 전국 중·고교 교사 48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의사와 달리 어쩔 수 없이 수능 감독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지에 93.6%가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현재 조건대로 감독관을 모집한다면 자발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음에는 90.7%가 ‘아니다’라고 한 바 있습니다.
올해도 수능 날이 속절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50여만명 수능 응시생 뿐만아니라 8만여명 수능 감독관 모두 아무 탈 없이 무사히 2023학년 수능과 감독을 치르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