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전망치가 집계된 국내 상장 증권사 8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대신증권·다올투자증권)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4.6%(약 3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던 증권사는 5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이었지만, 올해는 미래에셋증권 단 1곳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추정 영업이익(1조410억 원)이 1조 원대를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조 클럽 지위 유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국금융지주(9875억 원)는 올해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며칠 사이 전망치가 낮아지며 9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8개 증권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감소할 곳으로 예상되는 곳은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8855억 원에서 올해 3910억 원으로 절반 이상(55.8%)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NH투자증권(전년 대비 -46.3%), 삼성증권(-40.3%), 키움증권(-39.7%), 한국금융지주(-35.1%), 미래에셋증권(-29.9%), 메리츠증권(-2.3%) 등의 순으로 영업이익 감소폭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9월 초에만 해도 2분기 대비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 개선 기대감이 존재했으나, 9월 중순 이후 확대된 금리 및 주식시장 변동성으로 실적 하락 우려가 짙어졌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 증권업계의 어닝 쇼크가 예상된다”며 “표면 이익이 기대치를 크게 하회할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초유의 5회 연속 기준금리 상승은 채권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며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실 규모를 키웠다. 금리 상승 구간에서 투자자들의 채권 수요 감소로 채권 발생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6월 말 기준 증권사별 보유 채권 규모는 미래에셋증권 24조6340억 원, 한국투자증권 24조810억 원, 삼성증권 21조5990억 원, NH투자증권 21조2060억 원, 키움증권 6조8320억 원 등으로 추정된다.
머니무브도 증권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금리 상승으로 예금금리(4% 이상 기대)가 코스피 배당수익률(2%대)을 웃돌고 경기 우려 등 감안할 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은행 수신은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36조4331억 원 급증한 반면,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2조2110억 원 줄었다. 최근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 원대로 내려오며 2020년 1월 말 이후 최저를 나타내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시장의 하락이 지속되며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 중 하나인 홍콩H지수가 낙인 배리어(원금 손실 한계선)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도 증권사들의 헤지 비용 부담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면서 “아울러 증권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이나 미매각 수익증권의 평가 손실도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