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제2의 대처’ 일장춘몽으로 끝나나...“이번 주 축출 움직임 시동”

취임 한 달 만에 보수당 하원의원 100여명 총리 축출 움직임
총선 2년여 앞두고 당 내 우려 증폭

▲14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런던(영국)/로이터연합뉴스

‘제2의 마거릿 대처’를 꿈꿨던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출범 한 달여 만에 역대 최단명 총리가 될 위기에 내몰렸다. 구체적 계획 없는 무리한 감세 추진과 정책 번복으로 글로벌 시장 혼란을 초래, 영국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소식통을 인용해 집권 여당인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100여 명이 당 내 경선을 주관하는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에게 트러스 총리 불신임 투표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축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의원은 브래디 위원장에게 트러스 총리의 시간이 다 됐으며 트러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즉각 허용하는 방향으로 당규를 바꿀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다만 브래디 위원장은 오는 31일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트러스 총리와 새로 임명된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경제 전략에 착수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보수당 내부 반발을 달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총리실 고위직조차도 트러스 총리가 쫓겨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은 논평을 거부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시절 외무장관이었던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6일 ‘제2의 대처’를 꿈꾸며 공식 취임했다. 그러나 같은 달 23일 감세안을 골자로 한 미니 예산을 발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게 됐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세 인상 폐지 계획을 철회했다. 동시에 자신의 경제정책을 디자인한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반대파 인사인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을 후임으로 임명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수당 의원들이 앞으로 2년여 남은 총선에서 트러스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을지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러스 총리가 불신임 투표 등으로 물러나게 된다면 영국은 2016년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총 3명의 총리가 잇달아 불명예 퇴진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트러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성장 모멘텀 약화, 재정 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내년 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마이너스(-) 0.4%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영국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트러스 총리의 미니 예산 논란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차입비용이 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응답률이다. 응답자의 39%는 “신규 대출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