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에 가고 싶다] 춘향이 그네 타던 광한루로 ‘남원역’

입력 2022-11-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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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10월 1일, 처음 전주~남원 간 철도가 연결되고 뒤이어 1933년 10월 15일 남원~곡성 간 철도가 연결되며 남원역도 동충동에서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두 차례 역사를 신축 준공, 2004년에 이르러 임실~금지 간 전라선 복선화로 신정동에 넓은 역사 광장과 주차시설을 갖춘 한옥 양식의 새로운 남원역이 태어났다. 특히 청동으로 된 지붕 마감재가 인상적으로 여느 한옥 역사와는 다른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역사가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이용객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호남고속철도 개통 1주년 만에 이용객이 55.9%가 증가하며 전라북도 주요 관광도시로 떠오르게 되었다. 또한 2017년에는 남원역 맞이방에서 철도이용객과 함께하는 예술여행 연주회를 개최, 국악과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문화공연을 선보이며 문화가 있는 역사로 성장하였다.

옛 남원역 자리에는 두 개의 기념비가 서 있다. 그중 하나가 동아일보와 남원청년회의소가 건립한 3·1운동 기념비이다. 일제강점기 현직 면장이었던 이석기의 선창에 따라 시작된 대한독립만세 외침은 남원읍 장날까지 번지며 남원 읍내 전역을 태극기로 가득 메웠다. 때문에 전북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지만 주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장례비를 모아 순절한 이들의 높은 뜻을 기렸다. 남원의 역사는 그렇게 되풀이되었다.

1592년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명을 치러가는 길을 빌린다는 명목으로 조선에 침입한다. 임진왜란이었다. 그러나 각지에서 들고 일어난 의병들이 무능한 관군 대신 적군을 격파하였으며 진주목사 김시민과 이순신 장군의 승리로 불리했던 전국을 전환시키며 휴전에 들어선다. 그러나 다시 발생한 정유재란은 임진왜란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다. 1597년 발발한 남원성 전투. 정유재란의 최대 격전지였던 남원성에서 무려 5만6천여 명의 왜군과 싸우다 순절했던 1만여 명의 민관군. 그분들의 유해를 모셨던 곳이 바로 남원성 북문 터, 옛 남원역 자리에 있었던 만인의총이었다. 옛 의인들을 모셨던 자리에 남원역이 들어서면서 만인의총이 교룡산 부근으로 이전되고 만인의총유지비만 남게 되었다. 때문에 만인의총자리에 역사가 들어선 이유가 바로 일본이 임진왜란 패전에 대한 치욕을 씻고 당시 순국한 의사들의 유해를 짓밟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1986년에 지어진 동충동 옛 남원역사는 오늘날의 역사와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철근콘크리트 단층 기와지붕의 모습이다. 역사는 신리역에서 구례구역까지의 18개 역사를 관장하던 곳으로 과거 철도역이 없었던 순창, 장수, 함양, 거창 등 지역을 아우르고 있었다. 이렇게 옛 남원역은 수많은 지역 주민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가슴 아픈 기억과 눈물도 함께 해왔다. 1971년 남원역에서 수학여행을 가던 국민학생들을 태운 열차가 유조열차와 추돌했던 안타까운 사고는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 남원 지역민과 철도인들에게 아프지만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늘날 옛 남원역은 더 이상 기차가 들어오지 않는 폐역이 되었지만 플랫폼과 레일, 역명판, 남원역 급수탑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동시에 향기원과 함께 기찻길 사이사이 꽃들이 피어나고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있는 지역 주민의 공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19년 옛 남원역과 남원읍성 등 일대를 포함하고 있는 중앙공원(근린공원)의 명칭을 만인공원으로 변경하며 역사(驛舍) 일대를 역사(歷史) 교육의 장으로 꾸며나가기 위한 노력이 뒤를 이었다.

남원 역사를 나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두 사람이 바로 춘향과 이도령이다. 남원에 위치한 광한루(보물 제281호)는 1419년 조선시대 세종 때 황희가 처음 세운 것으로 정유재란으로 소실된 것을 인조 4년에 다시 지었다고 전해진다. 바로 이 광한루가 춘향과 이도령 사랑 이야기의 배경이다. 특히 춘향제는 전국의 지역 축제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축제로 1931년 광한루 뒤편에 춘향사당을 짓고 단오날(춘향과 이도령이 처음 만난 날)에 제사를 지낸 것이 그 시작이다. 때문에 1970~1980년대 춘향제가 열리는 날이면 섬식 승강장이 하나뿐이었던 옛 남원역사에 전국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진풍경이 연출되곤 했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소설인 ‘금오신화(만복사저포기)’의 사랑 이야기 역시 남원의 만복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료=국가철도공단 ‘한국의 철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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