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대폭 인상하면서 이에 따른 원ㆍ달러환율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결국, 환율로 인한 조선, 철강 업계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선박 수주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조선업계 특성상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달리 철강업계는 원료를 수입해 오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현상이 이어지자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초유의 조처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금리는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번 자이언트 스텝으로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상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는 귀해지는 반면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이는 곧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며 원ㆍ달러 환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은 최소 1485.4원에서 최대 1540.8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경연이 7개 대표 업종 상장사 총 326개를 대상으로 환율이 1540.8원까지 오를 때 실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조선업계는 환율 상승으로 2조2200억 원 환이익을 볼 것으로 봤다. 반면 철강업계는 환율 상승으로 추가 이익손실 예상치가 3조1510억 원에 달했다.
계약금 달러로 결제하는 조선사들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환이익으로 이어진다.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이익 폭은 더 커진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이 3분기 흑자 달성한 배경에는 환율 상승 영향이 컸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3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 컨퍼런스 콜에서 "환율상승으로 외환 관련 이익이 크게 발생했다"면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환율의 큰 폭 상승으로 총 987억 원의 환이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철강사들은 대부분 철강석과 같은 원료를 수입한다. 환율이 오르게 되면 자연스레 구매 값도 비싸져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환율 상승은 특히 중소형 철강사나 유통상들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킨다. 다만 대형 철강사들은 네츄럴 헤지(Natural Hedge) 등을 통해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고환율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