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부실기업과 일부 머니게임만을 일삼던 기업들에 대한 퇴출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이번 기회에 '클린 주식시장'을 만들겠다며 강력한 시장 조치를 취하고 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포함되는 경우 대부분은 퇴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금융당국과 거래소에서 세부 방안이나 가이드 라인을 먼저 세우고 이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사전에 지속적인 주의를 줬어야 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코스닥기업에 자금줄이던 사채업자들과 머니게임을 일삼던 세력들도 손해를 본 상황이니 개미들도 막심한 손해를 본 것은 당연지사.
최근 명동의 한 사채업자가 자살한 사건을 놓고, 개미들은 물론 큰손들 중에도 유사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 칼 빼든 거래소
거래소가 부실기업과 머니게임만을 일삼던 상장사를 걸러 내고자 칼을 빼 들었다. 올해부터 도입된 실질심사제도는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부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더라도 실질심사를 거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실질심사제도에서는 상장폐지 요건을 해소했더라도 횡령ㆍ배임, 분식회계 등 도덕성에 문제가 있거나 형식적 증자 등으로 상장폐지를 모면하는 시도를 한 기업들을 걸러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신지소프트에 대해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신지소프트가 지난달 31일 상장폐지사유를 해소하는 대차대조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지이엔에프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 지이엔에프는 매출이 지난해 4ㆍ4분기와 연말에 집중된 점, 주요 사업 대신 단순히 상품을 중개하는 신규 영업활동을 통해 매출을 올렸다는 점 등이 퇴출 회피를 위한 임의적ㆍ일시적 매출이라고 의심받았다.
이미 실질심사 대상으로 확정된 지이엔에프, 트라이콤을 비롯해 신지소프트 유니테스트 붕주 트리니티 씨엔씨테크 네오리소스 등 17개 업체가 퇴출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심사받고 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대상 결정에 따라 15일 이내에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회가 개최된다. 심의결과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될 경우 해당기업의 이의신청를 거쳐 상장폐지여부가 결정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상장폐지 실질심사대상에 포함된 상장사들은 대부분이 퇴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 떨고 있는 퇴출위기 상장사들
온누리에어를 시작으로 퇴출이 눈 앞에 다가서자 퇴출위기의 상장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코스닥 상장사들은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상장사들은 상장 폐지를 면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법원에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미디어코프와 도움은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시장 퇴출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 최후의 방법인 법적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상장사에 대한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상장폐지가 결정됐던 9개 상장사 중 모델라인을 제외한 8개사가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지금까지 상장 폐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법원에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던 상장사들이 대부분 시장 퇴출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 코스닥CFO는“상장폐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회계사들과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회계사에게 거액을 주고 적정의견을 받았다느니, 의견거절을 주려는 회계사를 감금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상장 폐지에 개미는 물론 사채업자도 물려
최근 명동의 한 사채업자 박 모 회장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백억대의 손실을 보자 건물에서 뛰어 내린 것이다.
퇴출 상장사 경영진에 대한 분통은 개미들은 물론 사채업자와 선량한 채권자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장폐지가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주주들과 채권자다. 일부에서는 명동 박 회장과 같은 사건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충격이 크다. 투자손실에 망연자실한 채 눈물을 쏟고 있다.상장 폐지가 최종 확정된 13개사 투자자들은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로 상장폐지가 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학교 등록금과 생활비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종목에 모두 털어 넣었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반면, 이번 일을 기회삼아 꼭 성공하자는 위로와 희망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편, 금융당국과 거래소측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퇴출에 대한 세부 규정이나 방침에 대한 사전에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더 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코스닥사 임원은“우리가 거래소나 금감원에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내부적으로도 세부 규정이나 방안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갑작스런 퇴출로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피해를 줄이지 못할 정도 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