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마트' 입은 ‘K-농슬라’의 심장, 대동 대구공장

입력 2022-11-27 12:00 수정 2022-11-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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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평 규모 대동 대구공장, 연간 카이오티 트랙터 4만 대 생산
트랙터 주요 부품 ‘수직계열화’…엔진 생산 1대당 3.87분
스마트시스템 MES 통해 생산효율성↑…플랫폼 통해 미래 ‘존디어’

▲2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대동 대구공장 외부에 카이오티 트랙터들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대동 대구공장 외부에 카이오티 트랙터들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한국의 ‘농슬라(농기계와 미국기업 테슬라의 합성어)’로 불리는 카이오티(KIOTI). 1947년 설립돼 75년간 농기계 한 우물만 판 대동(옛 대동공업)의 수출 브랜드다. 대동은 2010년대 500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 규모를 카이오티를 통한 수출로 1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북미 시장의 구애를 받는 카이오티는 해외가 아닌 7만 평 규모의 대구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방문한 대동 대구공장에선 수백 명의 젊은 근로자들이 카이오티의 핵심 제품인 트랙터 생산에 한창이었다. 대구 공장은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완성형 농기계를 생산한다. 11월은 수확 이후라는 계절 특성으로 콤바인과 이앙기는 생산을 멈추고, 트랙터 공정 라인만 가동된다. 대구공장이 연간 생산하고 있는 트랙터 수는 4만 대 이상이다. 이 중 85%가 해외로 나간다.

대동 트랙터의 특징은 다름아닌 '엔진'이다. 다른 농기계 업체들이 타사 부품을 떼다 쓰는 것과 달리 대동 트랙터 엔진의 주요 부품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공급된다. 대동그룹 자회사인 대동금속과 대동기어 등이 생산한 엔진 부품들이 대구공장에서 가공·조립된다. 자동화 창고에선 대동그룹 계열사가 제작한 부품들이 기계 자동화로 이뤄진 물류 시스템을 통해 저장된다.

공장을 안내한 박인호 대동 서비스사업팀 차장은 “여타 농기계 업체들은 디젤엔진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며 “대동은 유일하게 주요부품에 대한 생산과 완제품 개발 및 테스트까지 수직계열화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대동 대구공장 엔진 조립 공정에서 근로자가 작업 중이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대동 대구공장 엔진 조립 공정에서 근로자가 작업 중이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엔진 조립 공장에서 근로자들은 400여 종의 부품을 각기 다른 위치에서 조립했다. 엔진 부품 가공 공장에선 실린더블록, 실린더헤드, 크랭크축 등 엔진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생산했다. 눈에 띄는 것은 엔진 테스트 공정이다. 엔진 생산 시간은 1대당 3.87분으로 4분마다 나오는 엔진을 차제에 넣기 위한 테스트가 필요하다. 이 공정은 2교대로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대동에 따르면 올해 월평균 엔진 불량률은 1% 미만이다.

완성된 엔진은 농기계 생산 공장에 투입된다. 이곳에선 엔진에 미션 등 부품을 결합한, 일종의 뼈대인 ‘파워트레인’의 도색, 메인 프레임, 연료탱크, 타이어 등의 조립이 이뤄진다. 일부 조립은 자동화 장비를 통해 진행되지만, 중요 조립은 근로자들의 수작업이 필수다.

근로자들은 수작업을 진행하면서 스마트 시스템을 확인한다. 이날도 근로자들은 라인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제조실행시스템(MES)을 작동했다. MES는 대동만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다. 2020년부터 구축, 생산 주요 설비의 센싱(온도, 진동, 속도)을 통해 실시간 작동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상 신호를 사전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생산 손실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대동 측의 설명이다.

▲2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대동 대구공장서 엔진 공장과 농기계 조립 고장을 잇는 곳에 완성된 엔진이 쌓여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대동 대구공장서 엔진 공장과 농기계 조립 고장을 잇는 곳에 완성된 엔진이 쌓여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대동은 향후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의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발생한 모든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품질 로스를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팩토리 레벨2의 단계를 2024년까지 레벨4나 5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플랫폼 사업도 강화한다. AI(인공지능), ICT(정보통신기술), 빅데이터 기반 자율주행, 원격진단 기능이 탑재되는 스마트 농기계 사업 등에선 플랫폼이 필수다. 미국의 1위 농기계 기업 ‘존디어’가 본보기다. 존디어는 단순히 양산형 트랙터를 생산하는 곳이 아닌, 농업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애그리테크 시장을 선도하는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대동도 자체 앱 ‘커넥트’를 통해 농기계 관리와 농업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노재억 대동 공장장은 “2020년부터 스마트 농기계 사업을 본격화해 국내외 농기계 판매를 늘리고 부품 및 서비스, OEM 생산 공급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계속 찾고 있다”며 “플랫폼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면서 대동의 핵심 사업인 스마트 농기계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조 역량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대동 대구공장의 농기계 생산 공정에서 완성된 카이오티 트랙터 'HX1200'이 나란히 서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대동 대구공장의 농기계 생산 공정에서 완성된 카이오티 트랙터 'HX1200'이 나란히 서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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