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환청이 들려 치료를 받았다는 A 씨. 내 기준으로는 치료나 극복의 대상이었던 환청에 대해 친구였고 위로가 되었다는 A 씨의 말이 놀라웠다. 환청이나 망상을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해 환청 씨라고 부르는 일본의 ‘베델의 집’ 이야기를 익히 들은 바 있지만, 내 귀로 직접 들은 “환청은 친구”라는 말은 ‘아’ 하는 탄식과 함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을 돕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새발의 피에도 못 미치는구나, 정신질환자 당사자의 입장과 시각에서 바라보는 자세를 더 갖춰야겠다는 반성이 밀려왔다.
우리에게도 여러 차례 소개된 적이 있는 베델의 집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러움과 함께 이런 환경이야말로 정신질환자 당사자들을 위한 진정한 삶의 기반, 최고의 복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베델의 집은 일본 홋카이도 우라카와에 있는 정신장애인들의 생활공동체이다. 우라카와 적십자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퇴원한 사람들과 사회복지사 무카이요치 이쿠요시, 지역사회 사업가들이 모여 마을의 낡은 교회당을 빌려 1984년에 설립했다고 한다. 정신장애인들도 한 인간으로서 존중되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지역에서 역할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조직, 당사자들이 함께 살며 회복을 돕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이곳의 취지이다. 여기서는 정신장애인 스스로 정신장애를 연구하고 당사자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증상을 공유하고 서로 조언하며 병과 함께 살아갈 힘을 나눈다. 정신장애인들이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집에 가고 싶으면 집에 간다. 관리도 규칙도 없다.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엉망이지만 그들 스스로 부딪치고 싸우고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에게 맞는 생활방식, 규칙을 찾아간다. 몇 년 전 행사 참여차 우리나라에 온 이곳 사람들은 일반인과 다름없었다. 밝은 표정의 그들은 “나는 조현병 환자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정신질환자를 이 사회의 격리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우리는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관리가 아닌 지원을 하면서, 사회복귀가 아닌 정신장애인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정신장애인들이 병과 함께 평범하게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환경이 하루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