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져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달걀 가격도 불안심리에 따른 사재기가 우려돼 정부가 단속에 나선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겨울 철새가 1년 중 가장 많이 도래하는 12월이 되면서 발생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1일 밝혔다.
중수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10월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AI가 발생한 뒤 지금까지 이날까지 가금농장에서는 확진 사례가 총 27건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충북 9건, 경기 6건, 전남 5건, 경북·충남 각 2건, 전북·강원·울산 각 1건으로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해외 발생 사례도 급증하면서 대규모 확산이 예고됐다. 유럽에서는 올해 2017건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급증했고, 지난해 아예 발생이 없었던 미국에서도 46개 주에서 270건이 발생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올해 10월 이후 총 21건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발생 규모가 커지는 양상이다. 가금농장에서는 지난해보다 22일 빨리 AI가 확인됐고, 발생 범위도 같은 기간 7개 시·도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7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야생조류 확진 사례도 올해 10월 이후 5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건)의 3.9배다.
특히 최근 5년간 AI 발생이 없었던 지역에서도 확진 사례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은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져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 겨울 가금농장에서 확인된 27건 중 13건이 여기에 속한다.
또 올해는 오리 폐사율이 높은 데다 바이러스 전파력도 강한 것으로 평가돼 중수본이 방역고삐를 죄고 있다.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이미 전국에 AI 바이러스가 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국적으로 위험도가 높아짐에 따라 오염원을 제거하기 위해 소독과 감염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기 위해 검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수본은 지난달 23일부터 4주간 집중소독을 하고 있으며, 산란계 농장이 많은 16개 시군에서 농장 소독을 지원하고 있다. 20일까지 방역 취약 축종과 농장을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시행하고 5일부터 18일까지는 전국 가금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검사를 한다.
또 올해 가금농장 확진 사례의 70%가 축산계열화 사업자의 계약농가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자가 계약농가의 방역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용토록 할 계획이다.
농장 방역 교육과 점검이 미흡할 경우 사업자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상향하고, 사업자의 점검 관련 내용을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 위탁농가의 살처분 비용을 지자체와 사업자가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AI 확산에 따른 달걀 가격 안정화 방안도 추진한다. 아직 산란계에 상대적으로 큰 피해 발생은 없다고 판단되지만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수본에 따르면 10월부터 현재까지 살처분한 산란계는 68만 마리로 전체 사육 마릿수의 0.9% 수준이다. 앞서 AI가 심각했던 2020년과 2021년에는 640만 마리의 산란계가 살처분되면서 달걀 생산량이 하루에 413만 개가 감소했다.
중수본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유통업체의 달걀 사재기 등 부당이득 추구행위를 단속하고 병아리, 달걀 등을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했다. 또 달걀 가격과 수급 상황이 악화할 경우 공급 감소분을 즉시 공급하기 위해 신선란을 수입하고, 산란계 병아리와 종란 수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 국장은 "현재 닭고기와 달걀 등 수급 물량은 충분하지만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AI 발생에 따른 불안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재기 등에 대해 단속을 하면서 행정지도를 하는 한편 유통업체와 간담회를 통해 재고 확보 등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