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50만 마리 이상이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를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 표지가 최초로 개발됐다. 이에 조류인플루엔자(AI) 검출 조사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일반적인 종식별 유전자로 구분하기 힘든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를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 표지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는 겨울철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수가 도래하는 기러기류다. 지난달 전국 200개 지역 겨울 철새 서식 현황 조사 결과, 전체 기러기류는 51만1086개체가 확인됐으며 이 중 큰기러기 22만7439개체, 쇠기러기 28만3612개체로 전체 기러기류의 99.9%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내륙습지 및 농경지 일대에 이 두 종이 무리를 지어 겨울을 보낸다.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는 외부 형태로 구분이 쉬우나, 유전자로 종을 구분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미토콘드리아 씨오원(COI) 유전자는 종 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에 야외에서 수집된 기러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을 때 정확히 어느 종에서 나왔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4년여간 유전체 연구를 통해 두 종의 유전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염기서열을 찾아냈다. 또 이 유전자 부위를 이용한 유전자 표지인 '케이에이에스피 마커(KASP MARKER)'를 개발했다. 이 마커는 단일염기변이 대립인자에 대한 형광물질 기반의 유전형 분석 방법으로 종 구분이나 생물계통 연구에 이용된다.
이번에 개발된 유전자 표지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의 종 특이적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인해 두 종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짧은 시간에 간단한 실험을 통해 종을 식별할 수 있다.
특히 이를 활용,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기러기류 분변을 분석하면 종의 구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깃털이나 분변 등 흔적 시료를 이용한 조류의 생태 및 유전적 특성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에 개발된 유전자 표지를 올해 9월 2일 국내에 특허출원 했으며 앞으로 국유특허 등록 및 학술논문 발간 등을 통해 AI가 발생하는 국가들의 방역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내외에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허위행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장은 "이번 연구로 AI의 선제적 대응을 위한 과학적인 지원이 가능해졌다"라며 " 우리의 소중한 생물자원의 과학적인 보전·관리를 위해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조류 식별과 관련 기술 개발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