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ㆍ소상공인업계가 연일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제도 종료는 동아줄을 끊는 가혹한 결정이라며 연장을 촉구 중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내년이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이 범법자로, 소관부처 장관인 자신은 범법자들의 두목이 된다며 호소에 힘을 보탰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업계에선 국회가 ‘표’를 의식한 정치 논리에 결국 벼락치기 통과를 할 수지 않겠냐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일각에선 관련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해 올해 안에 해결이 어렵지 않겠냐는 위기감도 있다. 연장근로제가 폐지되면 정부의 단속 유예 외에는 기댈 것이 없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사실상 다음 스템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1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영 중기부 장관은 전날 자신의 SNS에 일몰이 임박한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에 대한 국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17일 이후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8시간의 연장근로가 일몰된다”며 “소기업과 소상공인 대부분이 범법자가 되고, 그럼 나는 더 이상 장관이 아닌 범법자들의 두목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 강력하게 묻는다. 그 나라의 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정치가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가”라며 “모두가 주저앉은 대한민국에서 정치만이 살아남는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인가”라고 되물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주 52시간제의 적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 주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한 제도다. 올해말까지만 한시적으로 허용한 일몰제다. 업계에선 갑작스러운 주문 등 인력 배치에 해당 제도를 활용하며 의존해왔지만 약 보름 후 해를 넘어가면 더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이 장관이 ‘범법자들의 두목’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언어를 동원해 국회를 압박한 건 제도를 되살리기에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앞서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024년까지 2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달 초에는 같은 당 이주환 의원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년 연장하면서 그 적용 범위를 30인 미만 기업에서 50인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그러나 상임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개정되려면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한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제도 연장의 절박함을 연일 호소해 왔다. 지난 5일 ‘중소기업 노동 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를 열고 노동 규제 애로를 성토했고, 8일에는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자영업자 단체 회원 100여명이 국회 앞에서 ‘추가연장근로 일몰 폐지 촉구대회’를 가졌다. 전날 열린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관련 내용의 법안 상정이 야당 반대로 무산된 데 대한 항의성 호소였다. 업계는 “당장 이 제도가 사라지면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사람을 뽑지 못해 납기 준수는 고사하고 사업 존폐마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도 소상공인연합회가 “8시간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가족과 지인까지 동원해 겨우 영업을 이어가는 소상공인이 사업장을 유지하고 생업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일몰제로 인한 제도 종료는 유일한 동아줄을 끊는 가혹한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제도 연장을 둘러싼 관측은 다소 엇갈린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추가연장근로제를 같이 논의하려는 시도로 여당과 평행선을 달릴 것을 감안하면 제도 연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제도가 일단 폐지되면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주 52시간제에 대한 철저한 감독보다는 단속유예 등을 기대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사실상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을 초과하는 30인 미만 제조업의 91.0%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활용했다. 특히 75.5%는 제도 일몰 도래 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영세사업장 대다수가 범법자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이유다.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국회가 결국은 여론을 고려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정치적 논리, 즉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급하게라도 일몰제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