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탁상행정 결과물 지적
주요 보험사들이 내년 실손의료보험에 이어 노후실손 의료보험료도 일제히 인상한다. 일반 실손보험보다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양호한 노후실손보험까지도 보험료를 인상하는 건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가입 건수가 작은 노후실손은 금융당국의 관심 밖이다. 당국의 주도로 출시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지자 뒷전으로 밀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를 평균 8.9% 수준으로 인상을 예고한 데 이어 노후실손 보험료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업계 평균 실손 인상률에 준하는 수준으로 요율 조정을 하고 있다"며 "노후실손보험은 가입 건수가 작아 각사마다 담보 별로 요율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올해에도 최대 24.7% 수준으로 인상한 바 있다.
문제시되는 건 노후실손보험은 일반실손보험보다 손해율이 양호한데도 보험료 인상을 매년 단행한다는 점이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삼성화재 65.9% △현대해상 85.8% △KB손해보험 119.8% △DB손해보험 92.3% 수준이다.
노후실손보험의 양호한 손해율에도 보험료가 계속해서 높아지는 건 금융당국이 유병자나 노후실손은 각사 자율에 맡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입 건수가 작아 사실상 관심 밖이며 인상률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협회 공시는 경과손해율 기준이어서 낮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며 "위험손해율 기준으로 직전 3년을 평균 내면 손해율이 100%가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에 선보인 노후실손보험은 고령자의 의료보장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주도로 보험사와 합의해 도입한 상품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층의 의료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보험사는 고령층의 손해율이 높아 가입연령을 늘리는데 소극적이었다.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로 고령층 특화 실손보험 상품 도입을 추진한 것이다.
1년 만기 자동갱신형 상품으로 50~75세가 가입 대상이다.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기본적인 보험료가 일반실손보다 비싸고, 보장도 제한돼 급여 부분 80%, 비급여 부분 70%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보험사의 부담을 낮추고 병·의원의 과잉 이용을 막고자 자기 부담률을 20~30%로 일반실손보험(10~20%)보다 높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노후실손보험은 이대로 가다간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외면하는 상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업계가 상품 도입 이전부터 실효성이 떨어져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무시하고 도입을 추진해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