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은마’ 전용 76㎡형
6개월 만에 7.7억 ‘급락’
전문가 “불확실성 걷히는
하반기 거래 살아날 것”
연이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전국 아파트값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하방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강남구 ‘은마’, 마포구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등 주요 단지 아파트값이 2019년 수준으로 회귀하며 서울 전역에서 내림세가 심화하고 있다.
9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조사 결과 지난달 ‘KB부동산 선도아파트 50지수’는 92.07을 기록해 전월(94.52) 대비 2.58%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9월 99.32 △10월 97.58 △11월 94.52를 기록하며 4개월째 100선을 밑돌고 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중에서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해 시가총액의 지수와 변동률을 나타낸 것이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송파구 ‘헬리오시티’를 비롯해 경기 과천시 ‘래미안슈르’,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 등 주요 신축 및 재건축 단지들이 포함돼 있다. 가격변동에 영향을 민감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전체 시장을 축소해 살펴보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3.12% 하락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56%) 이후 연간 기준으로 24년 만에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강남, 강북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값 내림세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면적 76㎡형은 지난해 11월 17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동일 평형이 5월 25억4000만 원에 거래된 것보다 7억7000만 원 낮은 금액으로 집값 급등기 직전인 2019년 9월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 84㎡형은 지난해 4월 19억3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으나, 지난달 17일 이보다 3억1000만 원 낮은 금액인 16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15억5000만 원까지 떨어져 2019년 11년 시세와 비슷하다.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값 안정세에도 매수자와 매도자의 동상이몽이 계속되고 있어 거래절벽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매수자들은 집값 추가 하락, 고점 인식이 확산하면서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고, 매도자들은 규제지역 해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다시금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감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상반기까지는 급매물만 간간이 거래되면서 하락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 올해부터 차례대로 발효되는 만큼 수요자들은 불확실성이 걷힌 하반기부터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