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 역전도 제자리 찾아가
기업 만기도래액↑유동성 확보 적기
훈풍 이어져도 1월 수준은 어려워
채권 시장 참가자들이 올해 1월에 대해 내린 평가다. 연초부터 채권시장이 연이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했던 점이 무색할 지경이다. 신용스프레드는 전 영역에서 축소되고 있고, 채권 발행시장에서 기준금리보다 낮은 언더 발행도 족족 성공하는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크레딧 시장 훈풍이 2월에도 상위 등급 위주로 이어지겠지만, 1월 수준의 강세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고,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확대되면서 추가적인 축소 폭을 키우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보다 0.073%포인트 하락한 연 3.110%로 최종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지난달 31일부터 3거래일 만에 0.215%포인트 하락하며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3.782%)와 비교하면 낙폭은 더 가파르다.
장단기 금리 역전도 제자리를 찾는 움직임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0.038%포인트(3년 3.110%·10년 3.148%)를 가리켰다. 지난 9월 이후 4개월간 국채 3-10년물은 정상과 역전을 오갔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4일 이후 18일 연속 역전 현상을 보였다.
올해도 채권 발행 수요는 공사·은행·회사·여전채 등 전 영역에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팬데믹 시기에 발행한 부채의 만기가 내년에 도래하면서 차환 수요가 높고, 국내·외 경기 둔화와 국내 자금 시장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지금이 유동성을 확보를 위한 발행 환경으로서는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채권발행시장(DCM) 관계자는 "서서히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스위치 켜고 끄듯이 이렇게 좋아질 줄은 몰랐다. 발행사들은 올해 하반기에 금리 레벨이 더 내려갈 것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발행할 물량을 일부러 남겨두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도 시장이 지금 워낙 좋으니까, 2분기에 발행할 걸 1분기로 앞당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기준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이 거래가 되기 시작하고, 채권을 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물건을 채가는 형국이니 마음이 조급해질 수 밖에 없다"며 "시장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많아서 유동성이 줄기 전까지는 강세가 쉽게 사그라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국채와 공사채가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상위등급 여전채의 스프레드 축소 폭도 컸다. 국채 금리의 급격한 하락에 따라 공사채와 은행채의 스프레드가 낮아지면서 캐리(이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지난달 31일 기준 연초 이후 국채와 공사채의 수익률은 3.20%로 여전채(2.17%)와 회사채(2.32%)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강세가 2월에도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급격한 스프레드 축소세를 이어나갔음에도 하위 등급의 축소는 제한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A등급 여전채의 경우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로 스프레드 폭이 미미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우려도 하위 등급 크레딧에 대한 선호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위등급의 경우 상대적으로 펀더멘탈도 저조하고, 부동산 익스포져가 높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 PF리스크, 금융시장 자산 건전성 저하 등의 영향으로 상위 등급보다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고 판단했다. 캐피탈사의 경우 총자산 내 PF대출 비중이 높고,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 흡수 능력도 상대적으로 낮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해 들어 정책 지원을 확대하며 신용리스크 발생 우려는 낮아지겠으나, 하위 등급까지 채권 투심이 회복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하위 등급 중에서는 모회사의 지원 여력이 있는 그룹사 또는 금융 지주 산하의 자회사 위주로 선별적 투자를 추천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