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성과급 지급 안한 보험사, '줄어들면 어쩌나'
금융당국이 최근 '성과급 잔치'라는 비판을 받은 은행에 이어 보험회사와 카드회사의 성과 보수 체계의 적정성을 점검한다. 이들 금융사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내고 배당금까지 늘려 건전성 감독 또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일부 보험사를 대상으로 성과 보수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이익 대비 과도한 '성과급 잔치'를 벌였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우선 이익이 많은 보험사 일부가 대상으로 꼽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이자장사 후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비판에 나선만큼 금융권인 보험사에도 불똥이 튄 셈이다.
역대급 실적을 거둔 손해보험사들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순이익은 1조28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1%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8638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DB손해보험(9970억 원), 현대해상(5745억 원) 등 주요 손보사들도 호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각종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삼성화재는 지난달 31일 직원들에게 연봉의 47%라는 역대 최대 규모 성과급을 지급했다. DB손해보험도 연봉의 41%를 성과급으로 줬다. 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도 각각 연봉의 30%, 40% 내외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성과급 불똥이 보험사까지 튈까 걱정"이라며 "이미 지급한 곳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들은 혹시라도 성과급이 달라질까 안절부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성과보수 체계 현황도 파악 중이다. 이미 은행 대출 금리 인하 유도에 대대적으로 나선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높은 현금서비스 등 상품에 대해서도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8.3% 줄어든 1조41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카드만 전년 대비 소폭(40억 원, 2.0%) 늘었을 뿐 신한(-5.0%), KB국민(-9.6%), 하나(-23.3%) 모두 줄줄이 감소했다. 삼성카드만 지난해 순이익 622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9% 성장했다.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여신전문금융채 금리가 급등하기 이전에 미리 자금을 조달해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자금 조달 시장이 경색되자 고객 이용 한도를 줄이는 한편 신용대출 금리를 10% 중후반대까지 올리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오히려 고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호실적을 거둔 삼성카드가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자 금융권 '돈 잔치' 비판 대상에 꼽히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자율적으로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대출 상품의 금리를 내리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여론의 분위기를 의식한 일부 카드사는 자율적으로 카드론 등 대출 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