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전·월세 등 임차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 전기료, 가스비 등 공공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한 영향이다. 반면, 식료품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먹거리 소비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본지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을 분석한 결과, 작년 4분기(10~12월) 소득 1분위의 월평균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26만736원으로 전체 소비지출(130만3142원)의 20.0%에 달했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월세 등 주거시설 임차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인 '실제주거비'를 비롯해 △주택 유지·수선 △상하수도·폐기물 처리(수도요금 등) △기타 주거 관련 서비스(관리비 등) △연료비(전기료·난방비 등)로 구성된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임대료 및 수도 광열 지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구의 생계비 중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슈바베 지수'로도 불린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에 속해 있는 1분위의 슈바베 지수는 전체 평균(11.0%)을 크게 웃돌았다. 상위 20%인 5분위의 경우 월평균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33만2212원으로 1분위보다 많았지만, 소비 지출(455만5160원) 규모가 1분위보다 크기 때문에 슈바베 지수는 7.3%에 그쳤다. 주거비 부담은 똑같이 늘었지만,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빠듯한 저소득층의 타격이 더욱 큰 셈이다.
소득 1분위의 주거비 비중은 2020년 4분기 18.7%에서 실제 주거비 부담이 7.1% 늘면서 2021년 4분기 19.4%로 0.7%포인트(p)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0%대로 올라섰다.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한 것은 월세 등 임차비 지출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기료, 가스비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면서 연료비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분위의 주거·수도·광열 지출을 보면, 월세 등 실제 주거비 지출은 지난해 4분기 10만8640원으로 1년 전(10만8081원)보다 0.5%(558원)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연료비 지출은 7만6원으로 전년(5만7981원) 대비 20.7%(1만2025원) 급증했다.
슈바베 지수와 함께 빈곤의 척도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는 '엥겔 지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엥겔 지수는 가계 전체 소비지출 중 식료품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소득 1분위의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1.1%를 기록했다. 이는 소득 5분위(12.4%)와 전체 평균(14.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지만, 2020년 4분기(23.5%)와 2021년 4분기(22.9%)에 이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 1분위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지난해 4분기 27만4668원으로 1년 전보다 0.3%(939원) 증가했다. 반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3.2%(7503원) 감소한 22만8616원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소득 1분위 가구에서 먹거리 소비 자체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4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는 1년 전 대비 5.9%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5.3%)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