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사우디 화해시킨 중국, 미국의 중동 밥그릇 노린다

입력 2023-03-12 13:04 수정 2023-03-1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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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앙숙, 7년 만에 중국서 외교관계 회복 합의
중국 “대화의 승리, 앞으로도 국제 이슈 다룰 것”
과거 중동 문제 해결 미국 몫이었지만
아프간 철군 등으로 안보 보장 불신 키워
백악관 “이번 합의, 중국에 관한 것 아냐” 일축

▲오른쪽부터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의장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 베이징에서 외교관계 복원 합의 후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오른쪽부터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의장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 베이징에서 외교관계 복원 합의 후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신흥국에 손을 내밀던 중국이 중동을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그간 미국의 주 무대였던 중동에 중국이 가세하면서 이곳의 지정학적 재편도 가속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단교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각각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를 대표하는 앙숙이던 이란과 사우디는 2개월 이내에 외교 관계를 재개하고 대사관을 열기로 했다. 더 나아가 무역과 투자 활성화도 약속했다.

주목할 점은 최종 합의를 베이징에서 했다는 것이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과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은 이곳에서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중국은 그간 두 국가 갈등에 개입하면서 국제사회 입지를 넓히려 노력했다. 이번 결과에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양국 관계 개선에 있어 역사적인 조치로서 대화와 평화의 승리”라며 환영했다. 또 “중국은 계속해서 국제 이슈들을 다룰 것”이라고 선언했다.

역사적으로 중동 문제 해결엔 늘 미국이 있었다. 2020년 이스라엘과 걸프국가들이 맺은 평화협정인 아브라함 협정 체결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국 의존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번지기 시작하면서 미국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으로 인해 오랜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보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며 “그 결과 최근 벌어지는 갈등 봉합 대부분은 미국 개입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도 중국의 중동 패권 장악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존 래트클리프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중국의 사우디와 이란 중재는 중동에서의 불편한 진전”이라며 “결과적으로 중국과 이란은 더 강해지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더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2년 전 미국이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아브라함 협정과 중동 평화로 이란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약했다”며 “2년이 지난 지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밀어내자 그들은 수 세기 동안 싸워온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했고 중국은 이들을 중재했다”고 한탄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 회복을 반기면서도 중국의 역할은 평가절하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중국이 특별한 역할을 했는지’에 관한 물음에 “양국 합의는 중국에 관한 게 아니다”며 “이란이 대내외 압박을 받고 있어서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우린 중국이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전 세계 여러 곳을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을 분명히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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