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가 이달 말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다. 신임 최고경영자(CEO) 임명과 배당 등 이슈가 산적하지만,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사외이사 선임이다. 금융당국에서 이른바 ‘거수기 이사회’를 겨냥해 개혁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70% 이상이 재추천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23∼24일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선임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 가운데 18명(72%)은 이미 현직 사외이사로 주총 표결 결과에 따라 연임이 결정된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때 무난하게 연임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NH농협금융지주까지 사외이사 선임 건을 공시할 경우 연임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사외이사 개혁 의지에 반한다는 게 복병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권 이사회와 연 1회 면담을 통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국이 이른바 거수기 이사회를 겨냥한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상황에서, 금융권이 이사회 선임건을 두고 예년처럼 평이하게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연임 후보들 선임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신한금융은 8명(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의 사외이사가 후보로 추천됐는데, 모두 연임이다. ISS는 보고서에서 “조용병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이사회가 첫 기소와 1심 유죄판결 당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로 추천된 6명 중 3명(권선주·오규택·김경중)이 기존 사외이사다. 하나금융에서도 6명의 현 사외이사(김홍진·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양동훈)가 재추천됐다.우리금융지주는 기존 정찬형 사외이사를 포함한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ISS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사외이사 연임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사태로 회사 CEO가 법률적 우려에도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합당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DLF 불완전 판매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고 징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DLF 사태로 받은 문책경고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라임사태와 관련해선 문책경고를 받았다.
31일(예정) 주총을 여는 농협금융의 경우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송인창, 이순호 이사가 지난달 사퇴해 현재 사외이사는 5명으로 줄었다. 이 중 남병호, 함유근 이사 등 2명은 임기가 만료돼 신규 사외이사 선정이 예정돼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소폭 인사가 예상된다. 당국의 시그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고심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전 조율을 거치는 금융권 이사회 특성상 반대 없이 안건이 통과된다”면서도 “거수기 이사회라는 프레임 때문에 연임에 대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는 총 56차례 정기·임시 이사회를 열고, 128건의 의안 모두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