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와 양천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기상조란 의견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해제 찬성 입장에서는 부동산 하락기인 만큼 대세에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고, 반대 입장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보기 힘든 시점에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양천구는 서울시에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청했다. 앞서 강남구도 압구정 아파트지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와 압구정 아파트 지구는 2021년 4월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전에 관할 지역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공공 재개발 사업 등으로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지정되면 투기 방지를 위해 2년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가 허가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거래도 많이 줄어든 만큼 이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게 양천구와 강남구의 주장이다.
양천구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목동신시가지아파트의 부동산 거래량은 허가구역 지정 전 12% 수준으로 감소했다. 거래가격은 최대 6억6000만원 하락했다. 압구정동은 거래량이 허가지역 지정 전의 10% 수준으로 떨어졌고 거래가격은 최고 5억원 이상 내려왔다.
과도한 규제로 주민들의 사유재산권 행사가 침해를 받는다는 것도 허가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로 거래를 제약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재건축 지역 등과의 형평성, 실효성 등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된 상황이라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경제 상황과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투기수요가 확대돼 집값이 요동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우세한 모습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허가지역이라도 실수요자는 집을 사는 데 문제가 없고 규제를 풀면 큰 폭이 아니어도 시장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서울 실거래가 지수가 반등한 상황이라 허가구역을 해제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는 허가지역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대부분 규제가 다 풀린 상황이라 서울시가 최소한의 가격 제어 수단은 갖고 있어야 한다"며 "허가지역 지정까지 해제했는데 시장이 요동치면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등 대형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은 5~10년 후를 기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허가지역이 해제되면 당장의 부담을 어느 정도 감내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강남이나 목동은 상징성이 큰 지역이라 규제를 푸는 게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아직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