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일본 땅’?…日 억지 주장, 언제부터 시작됐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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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일부 교과서에서는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은 독도가 일본 시마네현에 속한다고 기술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들. (연합뉴스)
▲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일부 교과서에서는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은 독도가 일본 시마네현에 속한다고 기술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들. (연합뉴스)
일본 초등학생이 내년도부터 사용할 사회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추가됩니다.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초등학교에서 2024년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새로운 교과서에서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먼저 모든 교과서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했던 부분을 ‘일본 고유 영토’라는 말로 바꿨습니다. 독도가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가 된 적이 없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고유’라는 말을 집어넣은 겁니다.

‘독도가 한국에 점거돼 있다’는 기술도 ‘70년 정도 전부터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다’로 바꿔, 원래 일본 영토였던 독도를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에 불법적으로 빼앗긴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한 지도 교과서는 독도가 포함된 일본 지도에 배타적 경제수역과 일본 영해를 추가로 표시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시각적으로 부각하기도 했죠.

징병 관련 기술에서는 국가가 강제로 복무시킨다는 의미의 ‘징병’이란 단어를 삭제하거나 일부 시기에만 이뤄진 것처럼 축소해 기술했습니다. 특히 ‘지원’이란 단어를 쓰면서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한 것처럼 기술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 징병됐다’는 기존 표현을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이후 징병제가 취해졌다’로 바꾸거나, ‘병사가 된 조선 젊은이들’이라는 설명을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 젊은이들’로 바꾸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위안부에 관한 내용이 애초에 없고, 징용과 관련된 기술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도쿄서적은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끌려 왔다’는 문장에서 ‘끌려 왔다’를 강제됐다는 느낌이 덜 한 ‘동원됐다’로 바꿨죠. 표현을 심의해가면서 역사 왜곡을 강화하는 겁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교과서에서는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에서 오른쪽 책은 독도에 대해 현행 “한국에 점거돼”라는 표현을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로 바꾼 도쿄서적 지도 교과서. (연합뉴스)
▲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교과서에서는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에서 오른쪽 책은 독도에 대해 현행 “한국에 점거돼”라는 표현을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로 바꾼 도쿄서적 지도 교과서. (연합뉴스)
일본, 역사 왜곡 언제부터?…1980년대 “‘침략’을 ‘진출’로 바꿔라”

일본의 역사 왜곡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82년, 당시 일본 문부성은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3·1운동을 ‘데모’와 ‘폭동’으로, 대한제국과 중국에 대한 일본의 ‘침략’을 ‘진출’로, ‘출병’을 ‘파견’으로 바꾸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파문이 일며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가 시정을 요구했고, 당시 일본 문부성은 교과서 검정 기준에 ‘인근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관계에 관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엔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른바 ‘근린 제국 조항’을 도입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갈등 봉합에 나섰죠.

그러나 1997년부터는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출범하면서 역사 왜곡이 대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새역모는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고노 요혜이 관방장관의 담화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보수 출판사인 후소샤와 손을 잡고 역사 교과서 제작에 직접 나섰는데요. 2000년 9월, 이 단체가 일제 침략을 미화한 황국사관 중심의 교과서를 만들어 검정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본의 왜곡 교과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습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최상용 주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강수를 두면서 일본 측에 적극적으로 항의, 35개 항목의 시정 요구사항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같은 해 7월 이를 최종 거부했죠.

결국 그해 8종의 역사 왜곡 교과서가 무더기로 문부성 검정을 통과했고, 이듬해인 2002년부터는 독도 영유권 주장도 교과서에 등장하면서 ‘일본의 영토가 타국의 위협에 직면했다’, ‘한국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황당한 내용이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일본 초중고교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 등 역사수정주의 시각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2010년대부터입니다. 2012년 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하면서 일본 교과서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노골화하기 시작합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근현대사와 관련해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기술’하는 내용으로 교과서 검정기준을 개정하며 근린 제국 조항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했습니다. 2015년 교과서 검정부터는 아예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내세웠죠.

최근 분위기도 같습니다. 2021년 일본 각의는 ‘종군’과 ‘강제 연행’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엔 고등학교 2학년 이상이 사용하는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연행’ 등 표현이 대거 삭제됐고,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케시마(일본식 독도 명칭) 자료실 전시판에 사용되고 있는 강치 캐릭터. (사진제공=서경덕 교수, 뉴시스)
▲다케시마(일본식 독도 명칭) 자료실 전시판에 사용되고 있는 강치 캐릭터. (사진제공=서경덕 교수, 뉴시스)
일본, ‘다케시마의 날’까지 지정했지만…옛 문헌·지도에서도 “독도는 한국 땅”

일본 우익단체는 ‘독도 탈환’ 시위까지 벌이고 있는데요. 2005년 일본 시마네현 의회는 ‘1905년 2월 22일 독도를 일본 제국 시마네현으로 편입 고시했던 것을 기념한다’는 이유로 들면서 2005년 ‘다케시마(일본식 독도 명칭)의 날’을 지정했습니다. 2006년부터는 2월 22일마다 행사도 열고 있는데요. 시마네현은 해당 행사에 한국의 차관급인 정무관 등을 수차례 파견하며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공식 문서를 통해 독도가 1905년 ‘다케시마’란 이름으로 시마네현에 편입 고시된 자국 행정구역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 측이 ‘편입’이라고 주장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었죠.

제국주의 야욕에 불타던 일본은 한반도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1904년 2월 러일전쟁을 일으켰는데요. 이후 1905년 러시아 함대를 감시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시마네현 고시 제40호)를 통해 독도를 은밀히 불법 편입했습니다. 독도를 ‘주인 없는 땅’이라고 부르면서요.

일본 주장처럼 독도가 주인 없는 땅이었을까요? 삼국사기(1145년), 동국문헌비고(1170년), 조선지도와 동국대지도(각각 18세기) 등 우리나라 수많은 옛 문헌과 지도에 따르면 독도는 오래전부터 우리 영토로 기록돼왔습니다. 1454년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우산(독도)과 무릉(울릉도) 두 섬이 현(울진)의 정동 쪽 바다 가운데 있으며 두 섬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1900년 대한제국은 칙령 제41호를 통해 ‘울릉도를 울도로 개칭하고 관할 구역은 울릉전도와 죽도, 석도(독도)로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죠.

특히 1905년 이전까지 일본의 문헌과 지도는 오히려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1695년 돗토리번 답변서에는 ‘다케시마(울릉도 옛 호칭), 마쓰시마(독도 옛 호칭)는 물론 그 외에 돗토리번에 속하는 섬은 없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1785년 ‘삼국접양지도’에는 독도와 울릉도가 우리나라 땅으로 표시되어 있죠. 공식 문서를 통해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한 겁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 과정에서 패전국인 일본은 탈취한 모든 지역에서 쫓겨났고, 독도도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1946년 연합국 최고사령관각서 제677호는 ‘일본의 행정관할 구역에서 울릉도, 독도, 제주도는 제외된다’며 독도를 한국 행정 관할 구역으로 선포했죠.

▲2021년 11월 5일 오전 스쿠버 다이버들이 독도의 동도와 서도 중간 지점 바다 수면에서 ‘독도 영토 수호, 수중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잠수협회, 뉴시스)
▲2021년 11월 5일 오전 스쿠버 다이버들이 독도의 동도와 서도 중간 지점 바다 수면에서 ‘독도 영토 수호, 수중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잠수협회, 뉴시스)
해저 자원 많은 독도…군사적 요충지라는 평가도

일본 지방정부가 일방적으로 기념일을 지정하면서까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독도 인근은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해역으로 어업 자원이 풍부합니다. 특히 남쪽 해역의 해저에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약 6억 톤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섬이 생성된 이후로 주변 대륙과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어, 지구상에서 발견되지 않던 새로운 생물종과 미기록종이 처음으로 발견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생태학적 가치도 큽니다.

독도는 동해 중앙에 위치해 주변국들의 해양 활동을 관측하고 해상 교통로를 통제할 수 있어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한·중·일 3국의 해양·공중 활동권의 교차점이자 주변국들이 역내 세력 유지를 위해 거쳐야 하는 전략적 길목이라는 평가를 받죠. 과거 일본은 청일전쟁(1894), 러일전쟁 등을 통해 독도가 군사적 요충지라는 사실을 몸소 체감한 바 있는데요. 지금도 독도에서는 일본과 북한의 해군 및 공군 전력의 이동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28일 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 관련 기술의 강제성을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최근 한일 관계 개선 흐름과는 별개로 교과서,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측에 지속적인 시정 요구를 할 계획입니다.

일본 교과서 검정 발표는 해마다 한일관계의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올해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달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하며 관계 개선을 도모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는데요. 일본이 후퇴한 역사관을 또 한 번 보여주면서 국내 여론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대처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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