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할수록 ‘오리무중’…‘강남 납치·살해’ 사건 전말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4-0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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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 중 이모(35)씨가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 중 이모(35)씨가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이 납치돼 살해된 사건의 피의자 3명이 42시간 만에 붙잡혔습니다.

그러나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됐다는 실마리만 파악됐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수법, 추가 공범·배후 여부 등 의혹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인데요.

현재 경찰은 이미 구속된 피의자 3명 외 다른 인물이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계획범죄임이 드러난 만큼, 추가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죠. 또 구속된 피의자들이 범행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하면서 이번 사건이 청부 범죄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입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모(30)씨, 황모(36)씨, 이모(35)씨.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모(30)씨, 황모(36)씨, 이모(35)씨. (연합뉴스)
피의자 3명 구속 후…추가 입건으로 피의자 점점 늘어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서 피의자 연 모(30·무직) 씨와 황 모(36·주류회사 직원) 씨를, 강남구에서 이 모(35·법률사무소 직원) 씨를 각각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40대 중반 피해자를 차량으로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 중 유일하게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이 씨는 범행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조사 결과 연 씨와 황 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으며, 이 씨가 피해자를 지목한 뒤 대학 동창인 황 씨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황 씨가 과거 배달 대행 일을 같이 한 연 씨에게 “빚을 갚아주겠다”며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구속된 3인조에게 범행을 사주하거나 조력한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데요. 범행을 모의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20대 남성 A 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3일 신청했고, 6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합니다.

A 씨는 올해 1월 황 씨로부터 피해자를 살해하자는 제안을 받고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혐의(강도예비)를 받습니다. 황 씨는 그에게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한 대 사주겠다”며 범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죠.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는 A 씨는 연 씨, 황 씨와 함께 피해자를 미행·감시하며 범행 시기를 엿보다가 지난달 중순 손을 뗐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구속된 연 씨와 황 씨가 “주범인 이 씨에게 ‘윗선이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수사 범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황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씨가 윗선에서 4000만 원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금액까지 거론하며 구체적 진술을 했는데요.

경찰은 납치·살해 범행을 지시한 윗선으로 코인업체 관계자 40대 B 씨 부부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B 씨 부부는 피해자와 이 씨 모두 알고 지냈던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로, 피해자와 함께 P코인을 홍보해왔습니다. 해당 코인이 2020년 상장되고 한 달 만에 10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B 씨 부부와 피해자는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갈등을 빚어왔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살해되기 전까지 P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피해자들을 모아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고, 유가족들은 이 사실을 알게 된 B 씨 부부가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B 씨 부부가 주범 이 씨에게 실제 착수금을 건네고 범행을 지시한 것인지 계좌 자금 흐름 등을 살피며 수사 중입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착수금 지급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서울 수서경찰서는 오늘(5일)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사건 관련 공범 1명을 추가 입건했으며, 공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추가 피의자에 대해선 아직 조사 중인 상태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아울러 수사가 진행 중임을 고려해 출국 금지 조치했다는 5명에 대해서도 정확히 특정해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강남 납치·살인 사건 폐쇄회로(CC)TV. (연합뉴스)
▲강남 납치·살인 사건 폐쇄회로(CC)TV. (연합뉴스)
구체적 범행 동기, 공범·배후 여부 규명돼야…변호인 “피해자와 원한 관계 아냐”

앞서 주범으로 지목된 이 씨가 피해자가 근무한 코인업체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전 거래 관계로 인한 원한이 범죄 동기로 지목됐는데요.

그러나 이 씨 변호인은 “원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 씨가 피해자가 다니던 업체에 투자했다가 8000만 원을 손해 보긴 했지만, 이후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지원받았고 피해자의 업체에서 영업 일을 담당하며 보수도 받아 원한 관계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납치·살해를 실행한 연 씨와 황 씨는 이 씨의 제안에 따라 금품 목적으로 피해자를 납치 후 범행했다고 진술했고, 황 씨의 제의로 피해자 미행 등에 가담한 혐의로 추가 입건된 A 씨 역시 황 씨로부터 금품을 목적으로 살해할 것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해 서로 말이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피의자들이 피해자를 미행하면서 범죄를 사전 계획했고, 주범 이 씨의 범행 동기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만큼 공범이나 배후가 존재할 가능성도 여전합니다.

B 씨 부부와 피해자, 피의자 3인방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B 씨의 아내 C 씨는 2021년 2월 이 씨는 물론 피해자와도 연루된 공갈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당시 이 씨 등 P코인 투자자 18명은 C 씨가 시세를 조종해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고 의심하고 그가 묵고 있던 호텔에 찾아가 약 1억9000만 원 상당의 코인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는데요. 이때 이 씨는 공동공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P코인 홍보 담당으로 일한 피해자는 불송치됐습니다. 경찰은 B 씨 부부와 구속된 피의자 3명, 피해자가 P코인으로 얽힌 것으로 보고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죠.

한편 경찰은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마취제가 실제로 피해자에게 투약됐는지와 마취제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3인조가 대전에 버리고 간 범행 차량에서는 마취제 성분이 담긴 주사기가 발견됐는데요. 황 씨는 이 마취제를 범행에 사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실제로 피해자에게 마취제가 투약됐는지 밝힐 예정입니다. 4일에는 마취제 출처와 관련해 이 씨 가족이 일하고 있는 성형외과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구속된 피의자 3명의 신상공개 여부는 오늘 오후 결정됩니다. 서울경찰청은 비공개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들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는데요. 공개 결정이 나오면 피의자들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이 곧바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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