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 국내 소아청소년들의 허리둘레가 직전 2개 연도에 비해 1.9cm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따라 코로나19 유행 기간 국내 소아청소년의 복부 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발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송경철·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채현욱 교수)은 국민건강영양조사 ‘2018~2020년 국민건강통계’ 자료를 활용해 코로나19 유행 기간 국내 소아청소년의 복부 비만과 비알올올성 지방간질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8~2020 국민건강통계’ 자료를 활용해 당뇨병을 가진 경우, B형‧C형 간염에 감염된 경우를 제외한 총 1428명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복부 비만은 동일 연령‧성별과 비교한 허리둘레가 90백분위수 이상인 경우로 정의했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B형‧C형 간염이 없으면서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ALT) 수치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연구결과, 2018년 및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국내 소아청소년의 허리둘레는 71.0cm에서 72.9cm로 증가했다. 체질량지수에 따라 정상‧과체중‧비만으로 그룹을 나누었을 때, 비만 그룹에서의 복부 비만 유병률은 75.6%에서 92.7%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45.8%에서 62.5%로 상승했다. 복부 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을 동시에 가진 비만 소아청소년은 40.7%에서 57.8%로 늘었다.
지역별 분석에 의하면 대도시에서는 복부 비만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유병률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았다. 반면 대도시 외 지역에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이 15.2%에서 24.9%로, 복부 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을 동시에 가진 경우는 7.0%에서 15.7%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그동안 코로나19 유행 후 성인 비만 및 이와 관련한 만성질환 발생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국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비만 등의 질환 유병률 변화 추세를 밝힌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전의 연구를 통해 국내 소아청소년의 비만 및 관련 만성질환 유병률의 증가를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유병률 악화 추세가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그 원인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활동량 감소, 식습관 변화와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지목된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 결과와 달리 정상 체중 그룹보다는 비만 그룹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유병률의 증가가 뚜렷한 것에 대해서는 복부 비만의 증가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도시 외 지역에서 복부 비만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유병률 증가가 두드러진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의료 환경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재택근무 및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대도시의 가정에서 자녀 양육 및 건강 관리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라는 추측도 덧붙였다.
송경철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거리두기는 끝나가지만, 코로나19가 비만 및 내분비대사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이후에도 지속해서 나타날 것”이라며 “소아청소년의 비만 및 관련 만성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