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정작 아쉬운 것은 우리가 진짜 배우고 따라야 할 본질이 있는데, 이는 도외시한 채 겉만 번지르르하고 화려한 것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템스강에는 20여 개의 다리가 있고 그중 가장 아름다운 교량은 타워브리지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은 바로 시민들을 위한 보행전용교가 있다는 것이다. 런던 시민들이 차량으로부터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두 다리로 강의 남북을 안전하게 오가면서 템스강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2000년에 개통된 밀레니엄 브리지이다. 이처럼 훌륭한 시설이 그곳에 있는데 이를 눈여겨보지 않은 것인지 또는 실현 가능성이 적어 그런 것인지, 최근 발표된 사업에 들어있지 않은 것은 매우 큰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한강에는 모두 31개의 교량이 있지만 보행전용교, 보행 및 자전거 공용교, 보행과 자전거 및 전철이 함께 있는 녹색교통중심교는 하나도 없이 오직 자동차를 위한 교량뿐이다. J. H. 크로퍼드가 도시의 목적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임에도, 자동차는 이동과 주차를 위해 너무 넓은 공간을 차지하기에 도시가 자동차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느라 팽창하도록 만들어 도시 본연의 목적을 저해한다고 하였는데, 한강 교량만 놓고 보면 그런 비판의 대상이 여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보행을 통해 남북을 이동하거나 한강을 즐기고 싶다면 교량에 설치된 보행로를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곳에 설치된 보행 및 자전거 도로 환경을 체험해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광진교가 왕복 2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한쪽은 자전거 도로, 반대쪽은 보행로로 되어있지만 온전한 보행전용이 아닌 절반의 노력일 뿐이다. 최근 잠수교를 중장기적으로 보행교로 하겠다지만 한강의 물이 불면 잠기는 이곳이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보행전용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강변의 노후화된 압구정아파트를 재건축해 그곳에서 나온 개발부담금을 가지고 서울숲과 연결되는 보행교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지만 재건축 조합원들이 동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완료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낙조를 즐길 수 있는 한강 교량을 살피던 중 보행, 자전거 및 대중교통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잠실철교다. 가운데로 전철이 지나가고 한쪽은 보행과 자전거 공용, 다른 쪽은 1차선 차로가 운영되는데, 평일에도 보행과 자전거로 한강을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북적한 곳이다. 잠실철교의 1차선 도로는 아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곳으로 폐도시켜 기존 교통량을 잠실대교나 올림픽 대교로 분산시키고 자전거 도로로 전환하고, 보행 및 자전거 혼용공간은 보행전용로로 만들면 시민들이 더욱더 안전하게 한강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지하철이라는 대중교통과 더불어 보행 및 자전거가 함께 있는, 전 세계에도 찾아보기 힘든 녹색교통중심 교량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다 더해 한강과 테크노마트 앞 사이의 반지하 강변북로 일부를 덮개 공원화한다면 한강을 즐길수 있는 또 다른 명소를 만들 수 있는 적지가 될 것이다.
보행전용교가 어렵다면 기존의 교량을 녹색교통중심의 교량으로 전환시켜 시민들이 온전히 한강이라는 천혜 자원을 자동차의 방해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면,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자 하는 서울의 도시정책과 노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도시발전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