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13개 단체가 17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 의료연대는 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본회의 결과가 재의요구 없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5월 17일 불가피한 최후의 선택으로 연대 총파업을 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입법에 대한 항의 표시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은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의·정 관계 파행을 막고자 본회의 직전까지 간호계와 협의를 시도했으나, 간호계는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한 당·정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본회의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원안)에 의료법 개정 사항만 반영한 수정안이 상정됐다.
의료연대는 총파업에 앞서 3일과 11일 연차휴가 등을 활용한 부분파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3일에는 부분파업에 참여한 의료연대 회원들이 민주당 퇴출을 위한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파업 참여율은 미지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전국 대학병원 교수협의회는 아직 의료연대에 구체적인 파업 계획을 전달하지 않고 있다.
파업 규모는 2020년에 못 미칠 전망이다. 의협이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 설립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2020년 벌였던 총파업에선 전공의 75.8%, 전임의 35.9%(보건복지부 집계)가 집단휴진에 참여했다.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거부했다. 당시 응시대상 3172명 중 응시에 참여한 의대생은 446명(14.1%)에 불과했다.
이번엔 2020년과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당시엔 공공의대 설립 등이 방역대응에 희생한 의료진들의 ‘뒤통수를 친’ 행위로 여겨졌다. 현재는 의료계의 투쟁을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의협도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4일로 계획했던 부분파업을 3일로 앞당긴 것도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이날 박민수 2차관 주재로 3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의료종사자 연가투쟁과 의료기관 부분휴진에 대응해 의료기관 진료 현황과 비상진료기관 운영 방안을 점검했다. 회의에서 박 차관은 의사를 포함한 의료종사자들에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을 지켜달라“며 “휴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