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금융 뒤따르는 ‘뒷북 관치’ 여전…‘SG사태’도 터지니 수습 [‘한맥證 사태’ 10년 만의 결론③]

입력 2023-05-14 09:00 수정 2023-05-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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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맥 사태’ 그 후 10년…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1956년 유가증권 시장이 개장한 이래 67년 증시역사에서 직원 거래실수로 망한 증권사는 한맥투자증권이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하다.

금융계를 뒤흔든 일대 사건이던 ‘한맥증권 사태’를 겪으며 금융당국은 이른바 ‘한맥사태 방지법’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의 대량 착오거래에 관한 구제 방안을 담은 개정 업무규정을 2016년 상반기부터 시행했다. 자동매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파생상품 거래 등 알고리즘 매매거래에 아무런 안전장치를 두지 않았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착오 거래로 인한 거액 손실을 구제하는 길이 열려있다.

(그래픽 = 이투데이 DB)
(그래픽 = 이투데이 DB)

이 사건 이후 자본시장은 크게 바뀌었다. 알고리즘 매매에서는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주문이 체결될 때 경고 문구가 뜨거나 체결을 막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거래소는 직권 취소제도를 도입했다. 대규모 결제 불이행이 예상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거래소가 직권으로 거래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실시간 호가 제한, 착오거래 구제제도, 사후증거금 요건 인상 등 여러 금융‧증권 관련 규제를 추가했다.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 원장은 “그동안 주문 처리의 신속성과 편리성만 강조하고 거래의 안정성과 보안 등 위험관리는 경시돼 왔다”며 “이번 사고는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위험관리나 소비자 보호와 같은 기본에 충실해야만 안정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시사한다”고 말했다.

멀쩡하던 증권사가 증권매매 시 직원의 손가락 입력 실수를 의미하는 ‘팻 핑거(Fat finger)’로 파산한 2013년 한맥 증권 사례는 우리나라만 존재하는 특이 케이스는 아니다.

이보다 앞선 2005년 일본 제이컴 쇼크 사건이 있다. 미즈호 증권 직원이 종합 인재 서비스 회사인 제이컴의 주식을 61만 엔에 1주를 팔려던 주문을 1엔에 61만 주 판매로 시스템에 입력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미즈호 증권은 프로그램이 먹통 됐고 동경증권거래소에 전화를 걸어 취소해보려 했지만 이미 많은 수의 주문이 체결된 뒤였다. 이 사건으로 미즈호 증권은 약 407억 엔, 우리 돈 4000억 원 가량 손해를 입고 도쿄 증시는 폭락했다.

(출처 = 한맥투자증권 홈페이지·이투데이 DB)
(출처 = 한맥투자증권 홈페이지·이투데이 DB)

최근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CFD(차액결제 거래)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금감원은 증권사 감사에 착수했고, 검찰도 라덕연(구속) 대표 등 관련자 수사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오랜 특수수사 경험을 가진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10년 주기 위기설이 실제 존재하는 게 아닐 텐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 행정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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