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내 경기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용 스프레드'의 충분한 하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산업생산 관련 지표를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 지난 3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7.1%를 기록, 지난 1980년래 역대 월별 증가율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3월 지표에서 나타난 기술적 반등의 강도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기술적 반등은 4월과 5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나 기술적 반등을 뛰어넘는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위해 최종 수요의 증가가 동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나타난 결과를 살펴보면, 소비재판매는 전월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1.5% 감소해 감소 국면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기성 총액도 전월대비 7.4% 감소세를 보임에 따라 수출을 제외한 내수가 여전히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국내 경기가 2분기 이후 정책 및 환율 효과의 상대적인 약화로 인해 부진한 소비와 설비투자 등에서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는 신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국내 산업생산 지표가 3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인 데에는 정책 및 환율 효과
외에도 재고 조정의 완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재고율이 이제 100%에 가까워진 만큼 향후 재고조정 완화 과정에서의 생산 회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박 연구원은 "생산 회복은 곧, 수요 회복의 문제가 직결된다는 점에서 신용 스프레드의 하향 안정화가 필수"라며 "산업생산 지표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소비와 설비투자는 신용 스프레드의 충분한 하락과 직결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 스프레드는 최근 AA급에서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 과거 설비투자와의 관계를 감안하면 앞으로 설비투자 감소세가 완화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설비투자 증가세 반전 가능성은 당장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는 AA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올들어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했지만 과거 평균 수준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고 BBB 신용 스프레드 또한 사상 유례없이 높은 수준에서 하락하지 않은 채 머무르는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5월 이후 구조조정 이슈가 재차 강화되는 상황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경우,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라고 말할 수 있는 기계수주 증가율은 베이스 효과를 제외하면 거의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BBB급 뿐만 아니라 AA급 회사채 역시 아직은 신용스프레드가 충분히 낮아진 상황이라 보기 어렵고 현재의 신용스프레드 하락 기조가 구조조정 이슈로 인해 한동안 훼손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 회복, 나아가서 고용 회복을 통한 소비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사정은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미국은 과거 경험상 AA급 회사채 스프레드보다 BBB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기업 투자와 더 높은 상관성을 가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미 BBB급 신용 스프레드도 현재 사상 유례 없이 높은 모습이고 고점 대비 거의 하락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재 미 BBB 신용 스프레드가 500bp 남짓한 수준이라 과거 평균 수준인 200~250bp까지 낮아지기 위해서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투자 및 고용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워렌버핏 역시 지난 2일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주총을 통해 "미국은 당분간 소비지출 감소와 이에 따른 소매, 제조, 서비스 산업 전반의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제품 판매 가격은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재고 물량이 많아 이를 해소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했다.
따라서 국내 경기의 회복을 가늠하기 위해 당분간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로는 신용 스프레드의 '충분한' 하향 안정화라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