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주유소 공급가 첫 공개를 앞두고 정유사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6일 정유업계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정유사들은 저마다 직영 대리점이나 각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주간 단위 판매가격을 매주 목요일까지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또 정부는 이렇게 수집한 정유사별 공급가격을 매주 금요일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www.opinet.co.kr)과 석유정보망(www.petronet.co.kr)에 공개하게 된다. 첫 공개일은 오는 8일이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정유사별 판매가격 공개가 가져올 영향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무엇보다 이 조치가 석유제품 공급자 간 가격경쟁을 촉진해 기름 값 인하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탓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비밀이었던 사별 판매가격의 뚜껑이 열리면 어느 정유사가 더 싸게 또는 더 비싸게 석유제품을 판매하는지 투명하게 드러나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하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인 정유사들도 막상 뚜껑이 열리면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사별 판매가격 공개에서 일단 표면적으로는 SK에너지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고 GS칼텍스가 조금 불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이는 정유사별 유통구조의 차이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가격은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모든 대리점, 자영주유소의 공급가격을 평균한 것이다.
SK에너지는 자체 판매조직을 거의 두고 있지 않다. 대리점이나 주유소와 직접 거래하기보다는 유통단계의 중간에 SK네트웍스를 거치도록 유통망이 짜여 있다.
즉, SK에너지가 석유제품 판매량의 90% 이상을 SK네트웍스에 넘기면, SK네트웍스가 각 주유소에 재판매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SK네트웍스는 리터당 10원가량의 유통마진을 붙여 자영주유소에 파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에너지가 이번에 공개하는 가격은 SK네트웍스에 넘기는 출고가격이며, SK네트웍스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가격이 아니다.
이에 반해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자영주유소와 직거래하는 판매량이 전체의 70% 이상에 이른다. GS칼텍스의 경우 자영주유소와의 직거래 비율이 높아 에쓰오일이나 현대오일에 비해서도 석유제품 공급가가 가장 비싼 구조다.
따라서 겉으로 볼 때 SK에너지의 공급가격에는 SK네트웍스의 유통차액이 빠져 더 싸게 보이고, GS칼텍스 등의 판매가격에는 유통수수료가 붙어 더 비싸게 보일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통구조가 다른 점을 무시한 채 모든 주유소의 기름값을 산술화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