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개입, 기업 불확실성 키워"
정부가 라면, 과자 등 밀가루를 사용하는 제품에 이어 원유(우유 원재료)를 쓰는 제품 가격 통제에도 나선다. 하락세인 곡물 가격과 달리 원유 가격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 관련 업체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편의점 GS25는 내달 1일로 예정했던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 제품 15종 가격 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마트24도 이날 내달 예정했던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철회를 발표했다.
롯데웰푸드는 다음달부터 돼지바, 와일드바디 등 편의점 판매 아이스크림 가격을 20~25% 인상하기로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들도 가격을 올리기로 했는데, 일부 편의점들이 이를 백지화한 것이다. 다만 롯데웰푸드는 편의점들의 결정과 상관 없이 내달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매일유업도 다음달부터 치즈와 대용량 음료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다음달 1일부터 가공치즈 제품은 10~15.6%, 자연치즈는 18% 수준으로 가격을 올린다. 아몬드브리즈 오리지널, 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 등 식물성 음료 중 950㎖ 대용량 제품 가격은 15% 인상한다.
롯데웰푸드와 매일유업은 원재룟값 인상에 당초 이보다 빠르게 가격 인상을 계획했으나 정부의 요청으로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인상 요인이 누적되면서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원유 가격은 리터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될 예정으로, 이는 지난해 리터당 49원이었던 인상 폭보다 높은 수준이다. 원유 가격은 낙농가와 유업계의 원유가격 조정 협상을 통해 정하는데, 낙농가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 등 인상 요인이 있는데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인건비가 다 올랐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동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격 간섭 수위를 높이면서 전문가들도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을 보고 미리 확보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정부가 이처럼 갑자기 간섭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하는 게 더욱 복잡해지는 꼴”이라며 “장기적인 효과보다는, 정부가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로 달성하기 위한 여러 정책 중 하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절감되지 않았는데 가격을 내려야 하면 품질이나 양 조절을 통해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 조정은 시장에 열어두고 기업들이 제품의 질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건강한 선순환인데, 정부가 이런 선순환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