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의 금융위기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 물가상승)이므로 통화적 수단만으로는 대처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일호 전 총리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0 대한민국 금융대전’에서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와 대한민국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진행한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금융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금융요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적 수단이 주요 대응 수단이며 이는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완화적 재정정책은 현재의 재정여건상 사용이 곤란하다”며 “기업부문에 대한 규제완화 등 장기적 경쟁력 강화책을 병행하는 등 금융 규제완화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전 총리는 이날 국내 금융시장의 특성과 미래 디지털 기술, 금융의 융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금융의 속성상 금융 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하는 등 규제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과도한 규제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개혁하는 것이 향후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 금융당국이 수행하고 있는 정책금융의 기능을 장기적으로는 축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사례를 진입장벽을 허무는 정책금융의 좋은 예로 들었다. 금융위는 최근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적 구조를 해소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방침을 제시했다. DGB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의사를 밝히고 이른 시일 내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심사를 통과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된다.
유 전 총리는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미래 디지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조망했다.
그는 “현재 많은 분야에서 머신러닝이 성과를 내듯 궁극적으로 AI에 의해 수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디지털 금융의 본격화 과정 중에서도 AI는 특히 혁명적 변화를 수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핵심적인 변화는 고용에 대한 미래 불안으로 연결되고 데이터에 기반하는 디지털 금융의 특성상 데이터 독과점에 대한 규제는 또 다른 과제”라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 전 총리는 “블록체인 기술로 탈중앙화 기술을 통해 일반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고, 중개기관이 필요 없으므로 금융거래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금융시스템 기반이 되는 확고한 신용의 기반이 되는지는 불확실하다”며 “개발자와 일반 소비자 (이용자) 간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불확실성의 한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래기술을 활용한 금융개혁이 필요하다”며 “금융규제개혁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