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효율화 나섰지만 올해 실적 개선 불투명
코로나19 덕에 외형 확장을 해온 주요 명품 플랫폼 업체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품 논란이 여전한 데다 엔데믹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활성화, 주요 이커머스사의 명품 판매 강화 전략 등으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명품 플랫폼 업체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효율 중심의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발란'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891억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업손실은 373억 원으로 전년보다 2배(101%) 확대됐다. 이에 따라 당기순손실은 379억 원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명품 플랫폼 업체 '트렌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8.4% 줄어든 882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전년 보다 31.7% 줄인 208억 원으로 나타났다. 명품 플랫폼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머스트잇'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65.8% 늘어난 33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영업손실은 168억 원으로 적자폭이 전년(100억 원)보다 약 40% 늘었다.
이들이 외형 확장을 한 건 코로나19 특수에 명품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9조44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고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기준 한국을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국가로 꼽았다.
하지만 내실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 마케팅에 과도한 비용을 쏟은 탓이다. 실제로 김혜수를 모델로 내세운 발란은 지난해 385억 원을 광고선전비로 썼다. 이는 전년 대비 102%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머스트잇은 광고선전비로 157억 원을 썼는데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올해 상황도 여전히 좋지 못하다. 명품 플랫폼의 발목을 잡았던 가품 논란 이슈를 끊지 못한 데에다가 엔데믹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활성화, 이커머스업계의 명품 강화 등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줄어든 탓이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Android+iOS)를 표본 조사한 결과 국내 주요 명품 커머스 앱의 올해 1월 사용자 수 합계는 86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 줄었다.
명품 플랫폼 업체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경영 효율화 전략과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 실적 개선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발란은 우선 올해 가품 이슈를 끊어내기 위해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판매 상품 사전 검수 기준을 강화했다. 정품‧품질 인증여부, 회사 규모‧운영상태, 취급 브랜드‧상품 매력도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5월부터 발송 책임 보상제를 도입했다. 이 정책은 주문한 상품이 표시된 발송일(국내 2일, 해외 4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구매 금액의 일정 비율을 보상해 주는 제도다. 발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평균적으로 발송 지연율을 약 50%, 품절률을 약 20% 가량 개선했다.
머스트잇은 홈쇼핑 업체 CJ온스타일과 협업에 나섰다. CJ온스타일에서 머스트잇의 판매 상품 3만5000개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연동 대상 상품은 머스트잇의 직매입 상품과 우수 판매자로 선정된 42곳의 일반 판매 상품이다.
박경훈·이종현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트렌비는 중고 명품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명품 교환 서비스 ‘셔플’과 명품을 렌털할 수 있는 ‘바이백’ 서비스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트렌비에 따르면 셔플 서비스는 출시 첫 달인 4월 대비 6월 거래액이 약 1500% 증가했다. 등록 요청 건수는 3만9000건에 달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가품 논란으로 인해 소비자 신뢰를 잃은 것이 제일 큰 문제”라면서 “여러 이커머스업체들이 명품 사업에 힘을 주고 있어 명품 플랫폼 입장에서 경쟁자들이 더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