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유선 충전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로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가 거론되고 있으나 기술·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여러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5일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의 가능성과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는 충전 시간, 전력 부하 관리, 배터리 회수 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되나 최근 유선 충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성과 필요성이 약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선임연구원은 충전시간 등 유선 충전의 단점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교환소에서 배터리 모듈이나 팩을 교환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교환에는 약 5분이 소요되므로 수십 분 이상 소요되는 유선 충전 대비 충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속 충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격차가 줄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루시드 등은 800V 아키텍처 적용을 통해 유선 급속 충전 속도를 크게 개선하고 있다. 아이오닉 5·6 등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 전기차는 약 18분 만에 전기차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배터리 교환·구독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 표준화, 안전성 등 문제도 단기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제조사는 배터리 교환·구독 서비스를 통해 배터리를 쉽게 회수하고 새로운 수익도 창출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이 단기에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규격이 표준화되지 않아 다른 제조사 전기차 간에 배터리 교환소 교차 이용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배터리 교환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결합부가 손상돼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화물차 등 대형 전기 상용차는 상대적으로 배터리 교환식 도입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국이 화물차 운전자 등에 대해 15~45분 가량의 의무 휴식 시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선 충전과 배터리 교환 방식 간 운전자 편익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 중인 대형 전기 상용차 급속 충전 규격은 의무 휴식 시간 내 70% 이상 충전이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규격이 출시되면 두 방식 간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전기 이륜차의 경우 배터리 교환식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배터리 교환식 전기 이륜차와 교환소 보급, 교환 서비스 운영 등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