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CJ제일제당에 이어 이탈 기업 늘어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이 쿠팡의 마진율 인상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로켓배송 납품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의 고마진 정책에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한국존슨앤드존슨까지 대형 식품·생활용품 제조사들이 잇따라 ‘탈쿠팡’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켄뷰코리아(한국존슨앤드존슨의 소비자·헬스사업 부문)는 지난달 쿠팡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납품 단가 등 마진율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현재 켄뷰코리아의 구강청결제 제품인 리스테린은 쿠팡의 로켓배송 품목에서 빠졌다. 실제로 이날 쿠팡에서 리스테린을 검색하면 로켓배송이 되는 제품은 한 건도 없었다. 다만 일부 개인 판매자들이 쿠팡과 제휴를 맺고 배송하는 ‘판매자로켓(로켓제휴)’ 상품은 검색된다.
리스테린 외에 존슨즈베이비 로션·오일, 뉴트로지나 등 존슨앤존스의 대표 헬스앤뷰티(H&B) 제품도 쿠팡이 보유한 재고가 떨어지면 향후 로켓배송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켄뷰코리아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배송 외 다른 몰(쿠팡 입점 개별 판매자)을 통해선 주요 제품을 계속 판매 중”이라며 “쿠팡 측과 (마진율 등) 여러 사안을 협의하는 과정이라, 고객의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양사간 마진율 협상에서 비롯된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켄뷰코리아에게 기존 마진율보다 인상된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하던 켄뷰코리아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쿠팡에 납품을 하지 않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주로 식품·생활용품 제조사 상품을 직매입해 로켓배송으로 판매하고 있다. 쿠팡의 직매입 비중은 전체 판매량의 약 97%다. 사실상 쿠팡은 판매하는 거의 모든 제품을 제조사에게서 직접 사오기 때문에 매년 업체들과 납품가 등 마진율 협상을 벌인다.
마진율 협상 난항으로 식품·제조사가 쿠팡을 이탈한 것은 계속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과 마진율 협상이 결렬되면서, CJ제일제당은 쿠팡에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최근 CJ 올리브영을 납품업체 갑질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 CJ그룹과 '전면전'을 하는 양상이다.
LG생활건강도 4년째 쿠팡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6월 납품 단가 인하 통보와 관련 쿠팡을 공정위 신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 납품업체에 부당한 요구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자 쿠팡은 행정소송으로 공정위에 맞서고 있다.
한편 쿠팡은 이번 한국존슨앤드존슨과의 직거래 중단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양사가 마진율 협상을 하고 있어, 향후 거래가 완전히 중단될 지 계약을 재개할 지 가늠할 수 없다”며 “마진율 협상은 양사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어느 한쪽의 갑질이다 아니다를 판단하기 애매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