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제외 이커머스 업계, CJ제일제당·LG생활건강 마케팅 기획
국내 쇼핑 시장에서 반(反)쿠팡 연합 전선이 견고해지고 있다. 납품 단가 갈등으로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이 쿠팡에 입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 기업들이 2개 회사와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최근엔 신세계그룹이 두 회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유니버스 비전’을 공개하면서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 등과의 협력 강화를 공식화했다. 최근 공개된 신세계 유니버스에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 협력 업체와 파트너십 가치 극대화 등이 담겼다. 신세계가 소비자 멤버십과 협력사 파트너십 두 축으로 유통업계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현재 협력 관계 파트너사는 약 85만 곳이다. 눈길을 끄는 건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과의 협업이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유니버스를 공개한 8~9일 서울 코엑스 전시 체험관에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에 협력사관을 별도로 운영했고,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도 참여했다.
CJ제일제당은 만두 등 신제품을 8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마트, SSG닷컴, G마켓에서 먼저 선보인다. 또 신세계그룹의 유통 계열사와 공동으로 상품 개발에 나서고, 올해 4분기 내에 혁신 제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 브랜드 매니저와 신세계 유통 3사 바이어가 머리를 맞댄다.
신세계그룹과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협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쿠팡과 2개 제조사간 납품 단가 갈등과 이로 인해 쿠팡에 입점하기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쿠팡으로부터 햇반, 비비고 등 주요 상품 발주 중단 통보를 받았고 7개월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의 경우 4년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6월 납품 단가 인하 통보와 관련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부당한 요구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까지 LG생활건강은 쿠팡에 입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듯 신세계는 신세계 유니버스 비전을 소개하면서 파트너십, 상생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선 납품 단가 인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는 쿠팡의 사업 방식을 신세계가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 유니버스 공개 당시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디지털 유통이 등장한 이후 브랜드사 혹은 독립 셀러들은 매출 성장을 겪었지만 수익 저하 내지는 채널 혼란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대형 브랜드사·중소 판매자 모두가 상생의 관점에서 윈-윈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이것이 신세계 유니버스가 추구하고 있는 파트너십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세계그룹까지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과 손을 잡으면서 국내 쇼핑 시장에서 반쿠팡 전선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업계는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과 공동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 쇼핑은 올해 3월 CJ제일제당을 지정일 보장 서비스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시켰다. 11번가도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대표브랜드로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을 지정했다. G마켓은 지난달 열린 쇼핑 행사 ‘빅스마일데이’에서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과 함께 ‘연합 할인전’을 실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