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대금 지급 가장…13조원 해외로 빼돌려
가상자산 투기세력, 3900억 이상 부당이득
“금융사 임직원들, ‘허위’ 증빙자료 알면서
현금 등 대가 받고 불법송금 핵심역할 수행”
검찰은 가상자산 투기세력들과 함께 매매차익 취득 목적으로 해외 가상자산을 국내 페이퍼컴퍼니로 전송해 국내에서 매각한 후 매각대금 13조 원 상당을 허위 무역대금 등으로 가장, 해외로 송금한 불법 외화유출 사범 총 49명을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가운데 29명은 구속했다. 해외로 도주한 5명에 대해서는 기소중지(지명수배)를 내린 상태다.
검찰은 2021년부터 최근 2년 동안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 열풍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현저히 높게 형성되는 소위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악용한 가상자산 투기세력들을 지난해 8월부터 관세청‧금융감독원과 집중 단속했다.
불법 외환유출 사건 수사 결과,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한 가상자산 투기세력들은 은행에 허위서류를 제출하는 등 무역대금 지급을 가장해 거액을 해외로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송경호 검사장)은 합계 4조3000억 원에 달하는 불법 외환유출을 적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인 16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대구지방검찰청(주영환 검사장)은 합계 8조7000억 원에 이르는 불법 외환유출을 적발했다. 대구지검은 피고인 4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인천지방검찰청(심우정 검사장)은 합계 132억 원의 불법 외환유출을 확인하고 피고인 7명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 기간 중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이 약 3~5%(2021년 4~5월께에는 20% 상회)로 산정되는 바, 외화 불법유출 사범과 투기자금 제공자들은 최소 3900억 원 상당의 이익(전체 송금액 13조 원 기준)을 나누어 가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번 사건 피고인들은 국내에서 가상자산 매각, 허위 무역대금의 해외송금 등을 담당한 대가로 이 중 281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불법 외화유출을 방지‧감독해야 할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오히려 불법 외화유출 사범들의 범행을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도와준 대가로 현금, 고가 명품,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 금융사 직원 7명을 기소(2명 구속)했다.
검찰은 “기소된 금융사 임직원들은 제출된 증빙자료 등이 허위인 사실을 잘 알면서도 현금 등 대가를 받고, 거액의 불법 외화유출 범행을 지속시킴으로써 이 사건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외국환거래 전반의 관리‧감독상 주의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시중은행 및 증권선물사 금융회사 2곳 법인에 양벌규정을 적용,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시중은행의 지점장은 4186억 원 상당의 외화를 불법 유출했는데, 은행은 해당 지점의 외환거래 실적이 이례적으로 폭증함에도 이를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상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
선물사 직원들은 파생상품 거래과정에서 7조 원 상당의 외화를 불법 송금했는데, 선물사의 관리‧감독상 주의의무 해태로 선물사 직원들이 외국환거래법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불법 외화유출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검찰은 가상자산 투기거래로 인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선량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불법 외화유출 범행에 엄정 대응하는 한편, 유관기관과 협의해 금융사들의 외국환업무 수행에 대한 관리‧감독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