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2%대라는데, 상추는 왜 금추?"

입력 2023-07-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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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가격 한달 새 3배 올라
집중호우 및 폭염 등 원인
가구마다 주로 소비하는 품목 달라 체감물가와 괴리

▲장마와 무더위에 상추, 시금치, 오이 등 채솟값이 오르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채소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장마와 무더위에 상추, 시금치, 오이 등 채솟값이 오르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채소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최근 방문한 삼겹살집에서 상추가 단 3장만 나온 걸 보고 당황했다. 상추를 더 달라니 추가 요금을 따로 받는단다. 1500원을 더 내고 추가해 먹긴 했지만,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A씨는 "물가가 내렸다는데, 주변에 보면 안 오른 게 없다"며 "어떤 물가가 내렸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지만, 체감 물가와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청상추 4㎏의 평균 도매가격은 7만2220원이다. 한 달 전(2만2432원)보다 221.9%, 1년 전(3만5352원)보다 104.3% 치솟은 금액이다.

밥상에 자주 오르는 깻잎과 미나리 가격도 올랐다. 깻잎 2㎏ 도매가격은 4만1160원으로 1개월 전(1만8848원)보다 118.4%, 1년 전(2만8236)원보다 45.8% 상승했다. 미나리 역시 7.5kg 도매가격이 6만7867원으로 1개월 전(3만936원)과 1년 전(3만1950원)보다 각각 119.4%, 112.4% 올랐다.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 삼계탕 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외식비 가격동향을 보면 6월 서울의 삼계탕 가격은 평균 1만 64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1만 4885에 비해 10.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2.7%를 기록하면서 21개월 만에 2%대로 둔화했지만,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체감물가와는 괴리감이 크다는 얘기다.

체감물가는 자주 사는 상품들의 가격변동을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물가다. 주로 소비하는 상품 구성에 따라 경우 체감물가가 달라진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6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6.3%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7%)을 크게 웃돌았다. 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물가의 경우 1년 전보다 7.5%나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최근 장마철 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 급등이 6월 소비자물가에 반영되지 않은 영향도 크다. 이번 파급 영향은 일정 시차를 두고 8~9월 물가지수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6월까지 석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7월에는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팀장은 "7월 생산자물가의 경우, 유가가 다소 오른 데다 집중호우로 농산물 가격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유가, 공공요금 추가 인상 여부 등에 따라 생산자물가지수가 등락할 수 있는 만큼 추이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에 대한 이해 부족도 체감물가와의 괴리를 늘리는 데 한몫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하락세를 보인다는 건, 물가가 내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6%대까지 치솟던 물가상승률이 둔화했다는 말이다. 여전히 물가는 오르는 데, 작년에 더 크게 올랐던 기저효과로 상승률이 낮아졌을 뿐이다.

한편, 8월부터 서서히 기저효과가 축소돼 물가 상승률이 소폭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7월 달부터 서울 버스와 지하철요금이 각각 300원, 150원 오르는 등 공공요금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원유(原乳) 가격 인상도 예정돼 있어 우유가 들어간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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