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건설 코리아를 살려라!"
이 같은 시장환경 악화는 곧장 건설업계의 '혼돈'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0월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1차 신용위험성평가를 거쳐 10여 개 업체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떨어진데다 신창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부도사태를 빚는 극한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 산업화를 이뤄낸 주역인 건설업계가 집단 부도 상태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그러나 지나친 과잉 경쟁이 위기로 이어졌던 만큼 이를 극복할 만한 힘을 우리 건설업계는 갖고 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 건설업계가 가진 기술과 경영기법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지난해 극심한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주택시장이 위기에 빠지자 곧장 해외진출로 깃발을 돌렸다.
최근 2~3년간 지긋지긋 우리 경제를 괴롭혔던 고(高)유가를 오히려 기회로 바꿔놓은 것이다. 원유를 사들이는데 지급한 외화를 건설로 다시 되찾아오던 것이 지난해 우리 건설 업계의 모습이었다.
오일머니 위축과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라 해외 진출이 어려워진 올해는 말 그대로 막막한 한해처럼 보였다. 주택과 해외진출, 모든 길이 막혀 있다는 공포감까지 건설업계를 휘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건설사들의 발길은 멈추질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위기 타개를 위해 몰아준 40조원 규모의 SOC사업을 필두로 세계 경제 위기에도 굴복하지 않고 해외 시장 진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SOC예산 방출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방만한 경영을 일삼던 건설업계가 힘들어지자 오히려 혈세(血稅)로 이들의 원죄를 감추려한다는 날 선 지적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로선 억울하기까지 하다. 비록 정부가 만들어준 시장이란 점은 맞지만 이 속에서 펼쳐질 기술은 세계 최고의 신기술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라뱃길과 4대강 살리기 사업, 대심도 사업 등 주요 SOC 사업 현장은 우리에게 있어서도 다름 아닌 기술 경연장이다"라며 "발전된 한국 SOC사업 기술을 보여 이를 토대로 해외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도 건설업계가 다시 뛸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재가 아닌 생산재인 건설업의 속성상 재화 소진이 안되는 만큼 현재 공급 과잉 현상은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게 비관론의 입장이다.
또 최근 국가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SOC 사업도 필요성이 큰 사업인 아닌 만큼 잘 지어놓고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60년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어 왔던 건설업계는 이에 대해 희망으로 화답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만큼 건설업계가 다시 비상할 수 있는 날은 오래지 않을 것이란 게 건설업계의 '사자후(獅子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