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리뉴얼 전쟁’…홈플 이어 롯데도 '제타플렉스' 오픈[가보니]

입력 2023-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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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 마련된 '요리하다 키친'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13일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 마련된 '요리하다 키친'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네요.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고 바로 사 갈 수 있으니까 마트를 찾는 것 같아요.”

서울 용산구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만난 주부 임경화(43)씨는 “다른 마트보다 음식 종류가 다양해 먹을게 많다”면서 “그중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 가지 수가 많아 좋다”고 설명했다. 즉석조리식품 코너에서 튀김 하나를 꺼내 담은 임씨는 “이제는 즉석조리식품도 식당에서 먹는 음식 못지않다”면서 “이제 집에서 힘들게 만들어 먹을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린 13일 오전 찾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은 정식 오픈을 하루 앞뒀지만 쇼핑하는 이들로 벌써 북적였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요리하다 키친’ 코너다.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요리하다’의 이름을 붙인 상품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치킨, 강정, 초밥 등 먹음직스럽게 조리된 음식부터 간편식 PB 제품까지 한데 모여 고르기도 편리했다. 매장 주변이 직장인이 많은 상권임을 고려해 김밥 도시락, 일식 도시락 같은 고객 맞춤형 상품도 갖추고 있었다.

새로 단장한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은 기존 일반 매장을 플레그십 매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제타플렉스’는 10의 21제곱을 표현하는 ‘제타’와 결합된 공간을 뜻하는 ‘플렉스’의 합성어로, 고객에게 많은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14일 오픈하는 서울역점은 2021년 12월 롯데마트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바꾼 이후 1년 10개월여 만에 새로 선보이는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이다.

‘여기에 없으면 어디에도 없다’ 슬로건을 내건 제타플렉스는 일반매장보다 품목 수 30% 많고 신선 코너, 와인숍 보틀벙커 등 다양한 전문 매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매장 2층 면적의 85%를 식료품 코너로 채울 정도로 식품군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정육 코너로 가자 ‘숙성 1주차’, 라는 문구 함께 시기별로 전시된 숙성 고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할 것 같은 정육 코너에도 색다른 콘텐츠로 재미를 줬다. 근처 수산 코너에는 ‘라이브 씨푸드’ 존을 새롭게 운영해 1년 내내 살아있는 전복과 크랩류를 선보였다.

마트에 가면 단순히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닌, 즐길 거리도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전략도 펼쳤다. 3층에 여러 전문 매장과 체험 거리를 마련했다. 그중에서도 와인샵 보틀벙커에선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준비했다. 설문을 통해 와인 취향을 알려주는 ‘와인 내비게이션’부터 와인에 어울리는 음악을 듣고 추천 와인을 구매하는 ‘와인 페어링’ 서비스도 매장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편안한 쇼핑 환경을 위해 진열 방식이나 고객이 이동하는 동선에도 신경을 썼다. 상품이 진열된 매대의 높이 2m10cm에서 1m80cm로 30cm 낮춰 물건을 고르기 쉽게 했다.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중앙 통로의 폭도 5m로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키가 크지 않은 고객들도 쇼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13일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외국인 특화 존에 외국 관광객들이 물건을 살피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13일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외국인 특화 존에 외국 관광객들이 물건을 살피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공항철도와 가까워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이 높은 지점인 만큼 외국인을 공략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20m 길이로 들어선 외국인 관광객 특화 매장 K푸드(K-Food) 코너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몰려 있었다. K푸드 코너에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라면부터 과자 등 간식류 같은 상품들이 주로 채워져 있었다. 매장 내 안내문 곳곳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함께 표기해 외국 관광객의 편의성도 높였다.

K푸드 코너에서 쇼핑 중이던 일본인 관광객 리나(28)씨의 장바구니는 한국산 김과 과자, 라면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리나씨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김과 아몬드를 샀다”면서 “사고 싶은 것을 찾기 쉽고, 일본어 안내문이 있어 한국어를 잘 몰라도 쇼핑하기 편리했다”고 평가했다.

건강용품과 뷰티 제품을 파는 롭스+에는 마스크팩 등 K뷰티 제품들로 채워 외국 관광객 맞춤 전략을 펼쳤다. 이 밖에도 가방 보관, 환전, 공항 철도 요금 할인 등 편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대형마트들은 기존과 차별화된 특화 매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식품 품목 강화와 체험 콘텐츠까지 마트가 가진 오프라인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커머스에 빼앗긴 고객들을 다시 마트로 끌어들여 매출 회복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홈플러스도 식품군을 강화한 ‘메가푸드마켓’을 확대하며 최근엔 20호점을 돌파했다. 기존 매장을 리뉴얼해 점포 면적 절반 이상을 식품 매장으로 채우고 신선식품과 즉석식품을 강화한 매장이다. 데이터 활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인 메가푸드마켓2.0도 강동점과 센텀시티점에서 선보였다.

이마트도 2020년 더타운몰 월계점을 시작으로 9개 점, 2021년 19개 점, 지난해엔 8개 점을 새로 단장했다. 기존보다 식료품 코너의 면적을 넓혔고, 실내 스마트팜, 대형 축산 쇼케이스 등 식품군과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했다. 올해엔 850억 원 투자해 10여 곳을 리뉴얼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형마트 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특화 매장이 향후 실적 반등을 이끌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마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3% 줄고 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 역시 올해 2분기 53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영업 적자가 2602억 원에 달했다.

한 마트업계 관계자는 “마트가 특화 매장을 늘리는 것은 고객 중심으로 리뉴얼 함으로써 고객이 방문하고 싶고 오래 체류하고 싶은 매장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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