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부회장 “잠실 등 상권서 백화점 일번지로 만들겠다”
신세계 강남점, 15년 만에 지하 식품관 리뉴얼
VIP고객, 전체 중 절반…프리미엄 전략 강화
롯데가 백화점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투자자 공식행사에 등장해 핵심 상권 1위에 오르겠다고 공언하면서다. 백화점 매출 1위 자리를 6년간 지켜오던 신세계는 롯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식품관을 바꾸는 등 리뉴얼에 나선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 매출 순위 1위와 2위는 각각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17년부터 6년 동안 전국 백화점 매출 1위 점포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17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랐다.
신세계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을 내세워 1위 자리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매출액은 2조8398억 원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5982억 원으로 두 점포의 매출 차이는 약 2400억 원이다. 2021년 이 두 점포의 매출액 차이가 약 7000억 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1년 새 크게 좁혀진 상태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핵심 상권 마켓리더십 재구축 전략을 세우고 전국 매출 1위 점포에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올려놓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역시 최근 ‘롯데쇼핑 CEO IR 데이’ 행사를 열고 롯데쇼핑의 6대 핵심 전략과 목표 등 중장기 비전을 공개하며 이같은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IR 데이에 부회장이 직접 참석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김 부회장은 “기존 점포 중 본점, 잠실점, 수원점 등 핵심 상권에 위치한 8개의 주요 점포를 전략적으로 먼저 리뉴얼할 것”이라며 “고객이 제일 먼저 찾는 백화점 일번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은 본관과 에비뉴엘, 월드몰 등 넓은 공간을 내세워 젊은 소비층의 발길을 잡고 있다. 잠실점의 통합 영업 면적은 16만5289㎡(약 5만 평)으로 신세계 강남점(약 2만7000평)보다 두 배에 넓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경우 올 한 해에만 약 90여개의 신규 브랜드를 선보였다. 애플스토어, 고든램지버거, 노티드, 런던베이글뮤지엄 등 MZ세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들을 유치한 게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번 달에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옆에 블루보틀이 매장을 열기도 했다. 또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올해 현재까지 150여개의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쇼핑 콘텐츠를 강화 중이다.
매출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롯데백화점의 잠실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15년 만에 지하 1층 식품관 리뉴얼에 돌입했다. 리뉴얼된 식품관은 약 1만9835㎡(6000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내년 초 오픈한다. 와인전문관, 프리미엄 레스토랑들을 입점시키겠다는 게 신세계백화점의 계획이다.
매출 비중이 높은 VIP를 공략하기 위한 프리미엄 전략도 구사한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강남점의 경우 연간 1억 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은 2000명이 넘고 VIP 고객 비중은 49.6% 수준이다. 이는 신세계백화점 다른 점포 평균(36.3%)보다 많은 수준이다.
VIP 고객들의 수요를 잡기 위해 지난달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고프코어, 캠핑, 스포츠 브랜드를 한 데 모은 프리미엄 스포츠 전문관을 만들었고 2월에는 강남점 7층을 골프전문관으로 꾸미고 지포어, 말본골프, PXG, 제이린드버그 등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를 포함한 총 22개의 브랜드가 리뉴얼, 글로벌 최초로 BOSS 골프가 신규 입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신세계백화점 수장에 오른 박주형 신임 대표의 신규 전략도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 신세계 신임 대표이사에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내정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실적 악화 등 위기에 따른 조치였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3조13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줄었고 영업이익도 13.9%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