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에 대한 고찰과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민간금융사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공급을 활성화하려는 정책 방향이 발표됐지만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는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약화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정금리 주담대가 주를 이루는 국가에서는 금리가 변하더라도 신규·차환 차주의 상환액만 바뀌기 때문에 전반적인 차주의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고, 이는 통화정책 전달을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정금리 주담대는 금융시스템 금리 리스크 노출을 확대해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예금 등 단기 자금 조달을 주로 활용하는 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단기 금리와 연동되는 변동금리 주담대가 아닌 고정금리 주담대를 보유하면, 금리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기 사회 전반의 주거이동성을 감소시키거나 차주 간 금융지식 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도 제기했다. 권 연구위원은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는 통화정책의 전달을 약화시키고, 금융시스템의 금리리스크 노출 확대로 인해 금융안정을 저해하며, 사회 전반의 주거이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단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당장 단기적 정책을 쓰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끌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담대 금리 구조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에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처음부터 지나치게 금리 고정 기간이 긴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중기(10~15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화부터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처럼 경기가 둔화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할 경우에는 고정금리 주담대가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권 연구위원은 “고정금리 주담대는 금리가 상승할 때 차주의 부담 증가를 완화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정금리 주담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긴 안목을 갖고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연구위원은 필요한 대책으로 △중기(10~15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화 △변동금리 주담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효성 강화와 스트레스 DSR 도입 △금융사의 유동성·자본영향 모니터링 △모기지 이전·인수 활성화 △금융교육·상담 강화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