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영리한’ 복지정책 펼칠 때다

입력 2023-1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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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사)케이썬 이사장, (사)미래학회 부회장

복지만큼 입장이 갈리는 정책은 드물 것이다. 성장을 위한 지원책에 대해서는 반론이 거의 없다. 하지만 복지를 떠올리는 순간 정책의 우선 순위, 대상, 효과 등 다양한 쟁점이 떠오른다. 복지라는 것이 쟁점이 많은 정책이기 때문일까? 사실 성장 정책도 투자, 무역, 보조금, 금리, 연구지원, 인플레 등 여러 정책 수단의 효과를 둘러싸고 쟁점이 많다. 그렇지만 성장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대부분 동의한다. 그런데 복지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쟁점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것일까?

성장은 선진국인데 복지는 후진국

우선 복지에 대한 쟁점을 살펴보자. 가장 큰 쟁점은 ‘복지는 퍼주기다’일 것이다. 복지 대상이 확대되고 현금성 복지가 늘어날수록 표를 의식한 퍼주기라는 논란은 커진다. 꼭 필요한 대상에게 지원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재정 낭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한다. 복지비가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는 사회복지지출 효율성을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현재의 복지 정책,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것이 복지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복지비 지출 비용도 적지만, 효율성도 적다는 의미이다. 복지 지출이 주로 긴급 구조적인 성격이 강하고, 단기적인 보조의 성격에 머무르고 있어서 소득개선 효과가 별로 크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복지는 퍼주기’라고 복지비 지출을 줄이게 되면 높은 노령층 자살률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은 더 위기에 처하고 국가나 사회에 대한 신뢰도 낮아질 것이다.

우리가 복지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은 복지의 혜택, 성과를 맞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70, 80년대 고도성장 시기 이후 성장 동력은 유지하면서 복지와 병행하는 정책 전환을 했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고 외환위기를 맞아 많은 국민들이 복지 안전망 없이 생활수준이 급락하는 고통을 겪었다. 성장 속에서 인금을 높이고, 복지비를 더 걷어 적립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했는데, 복지비 징수를 세금으로 생각하고, 월급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비 내면 생계가 어렵다는 불만이 커질 것을 우려한 정부는 복지 확대의 결정을 늦추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가난한 노령층에 복지비를 더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성장은 선진국인데 복지는 후진국인 모습니다.

선진국들은 거의 모두 복지에서도 선진국이다. 성장과 복지를 한 쌍의 순환 관계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생산적 복지’다. ‘성장이 복지’라는 반쪽짜리 진리가 아니라 성장으로 복지의 재원을 마련하고, 복지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람, 생산연령에 투자하는 정책이다. 가장 생산성이 높은 젊은 층이 결혼, 육아, 자녀 교육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직장 내외의 육아 시설을 늘리고, 공동 육아로 육아 부담을 줄여주어 젊은 여성도 생산 활동에 더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국가 전체적으로 생산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복지 정책을 활용했다. 국가가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시혜적인 성격보다는 생산연령층이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육아, 자녀 교육 등 가정 일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는 ‘영리한’ 성장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성장→복지→성장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결국 1990년대에 성장과 복지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여 당시 젊은 층이었던 지금의 노령층은 고비용으로 자녀를 키우면서 저축한 연금이 없어서 가난하고, 지금의 청년층은 국가가 저비용의 자녀 육아 제도를 만들어 놓지 못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복지 제도를 불신하는 악순환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출생과 저성장의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성장과 복지의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젊은 층, 미래세대가 행복할 복지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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