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들이 해외 금융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기료 및 가스요금 인상 억제로 인해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자금 부족이 심각해진데다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화채권 발행을 독려했던 정부 방침이 맞물린 결과다.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 등 소요 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해도 한수원은 5조3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이를 조달하려면 3조3000억원의 차입이 필요하며 내년에도 6조3000억원의 투자를 위해 3조6000억원을 조달해야 할 형편이다.
한국석유공사도 지난달 이사회에서 추가 해외 채권발행을 결의하고 투자은행들을 통해 발행조건과 규모를 막바지 조율 중이다.
해외 석유기업의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을 비축하려는 것이 외화조달의 목적이다.
앞서 공사는 지난 2월에도 하루 생산량 1만 배럴 규모인 페루의 석유기업 페트로텍의 지분 50% 매입 대가로 4억5000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이 자금을 해외에서 차입 조달한 바 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내달 5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가스요금 동결에 따른 자금 부족 해소가 목적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도 정부의 방침으로 요금이 제 때 오르지 못해 2007년 말 227.9%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438%로 급등한 상황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며 "(투자소요 등에 비해 부족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