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최근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어느 정도로 ETF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 내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크게 운용본부와 컨설팅본부로 나뉘는 삼성자산운용의 ETF 부서 체계에서 컨설팅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해당 부서는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에게 세미나, 콘텐츠 등을 통해 자사 ETF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곳이다.
다양한 고객과 소통하며 김 본부장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ETF가 ‘선물’과 같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선물은 중의적 표현이다.
그는 “‘선물(膳物)’이란 뜻을 가진 ‘프레젠트(present)’는 현재라는 뜻도 함께 갖고 있는데,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현재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확실하게 주어진 선물이기 때문”이라며 “ETF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재이자 선물인 셈”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에 ‘선물’처럼 등장한 ETF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급성장했다. 김 본부장은 “올해 ETF 순자산이 약 40조 원가량 늘었다”며 “주식형 ETF 외의 자산군에도 관심이 늘면서 금리연계형, 은행채, 회사채, 만기매칭형 등 다양한 ETF에 자금이 쏠린 게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올해 ETF는 순자산총액 120조 원을 돌파했다. 김 본부장은 △ETF 개인투자자 증가 △운용사와 상품 다양화 △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 인기를 돌파 이유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기존 ETF 시장은 기관 투자자 중심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개인투자자도 ETF를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선택해 ETF 시장 참여자가 증가했다”며 “주요 기관 투자자도 운용사에 일임 형태로 자금을 맡기는 방식 외 ETF를 활용한 직접 투자가 늘어났다”고 했다.
그는 “국내 ETF 상품은 805개로, 올해에는 처음으로 100개 이상 상장한 지난해(138개)보다도 많은 146개의 ETF가 상장됐다”며 “이처럼 상품이 다양해지니까 ETF 시장도 같이 커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연금 계좌에서 소위 ‘무브(자금이동)’가 일어났다”며 “기존에는 연금보험이나 펀드, 저축에서 투자가 이뤄졌는데, ETF로 이동하면서 2019년도 말 5000억 원 정도였던 연금 계좌에서의 ETF 투자 규모가 지금은 10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불과 4년여 만에 20배 이상 커진 셈이다.
그는 “800개가 넘는 ETF 중 투자자의 선택을 받는 ETF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정말 많은 ETF가 상장했음에도 선택받은 상품이 적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적인 팽창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단기적 트렌드보다 투자 니즈에 대해 운용사들이 같이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 측면에서는 퇴직연금계좌에서 장내파생상품을 주된 투자자산으로 하는 ETF에 대한 투자를 허용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파생상품이 40% 넘으면 투자가 불가하다”며 “파생상품이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예컨대 선물이 포함된 ETF나 OECD 국가의 현물 채권을 퇴직연금 계좌에서 30% 이상 담을 수 없는 것인데, 연금계좌에서의 ETF 투자가 증가한 만큼 규제가 완화되면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