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3년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겨울철 추운 날씨에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원인 모를 신경통에 무릎과 허리를 붙잡고 한의원을 찾는다. 한의원에 가서 침과 뜸을 맞고 따뜻한 온열치료를 하면 통증이 한결 가신다고 한다. 나이가 비교적 젊은 30~40대도 어딘가 아프면 병원을 찾지만, 관절이나 허리통증, 혹은 낙상사고로 인한 염좌가 있다면 한방치료를 선호한다.
아직도 학계에선 한방치료에 대한 과학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이어온 한방치료는 분명 신경계나 근골격계 질환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택지로 존재한다.
반려동물에게도 한방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이응호 24시 SD 동물의료센터 한방재활센터장은 “반려동물에게 한방치료를 한다는 것이 매우 생소할 수 있지만, 사람도 관절통이나 염좌 등의 신경계통 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은 양방치료보다 한방치료를 선호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노령견의 경우 약효가 강한 약물이나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럴 때 한방치료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원래 네발로 걷는 사족보행 동물에겐 척추와 관련된 질병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디스크 질병은 척추 사이의 디스크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위아래로 압박받으면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척추가 가로로 정렬해 있는 동물들에게는 잘 발생하지 않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실내 생활을 하게 되면서 보호자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 두 발로 서거나 뛰기도 하고 소파나 침대 등에서 점프하기도 한다. 또한, 강마루나 장판 등이 깔린 바닥에서 달리거나 미끄러지면서 척추와 관절에 무리를 주어 신경계통의 질환이 많이 발생하게 됐다.
이 밖에도 사료의 질이 높아지면서 영양의 과잉공급이 이루어지거나 보호자의 무분별한 간식 제공이 반려동물의 비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원장은 “사람도 만병의 근원이 비만이듯 반려동물에게도 만병의 근원은 운동 부족과 비만”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척추와 신경계 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선호하는 견종을 만들기 위해 동종교배나 가족 간 교배가 이뤄지다 보니 유전적으로 척추질환이나 이형성 질환에 취약하거나 혹은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척추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웰시코기, 닥스훈트, 페니키즈, 스코티쉬 테리어 등의 견종은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서 몸통 대부분의 무게가 허리에 쏠려 허리디스크가 발생하기 쉽다. 한편 저먼 셰퍼드, 래트리버, 도베르만 핀셔 등의 대형견종은 체형은 튼튼해 보이지만 유전적으로 섬유성변성에 취약해 척수강 내부에 신경을 압박하는 돌기가 생기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신경계통 질환의 치료는 방사선 및 영상의학 진단을 시작으로 동물용 진통소염제, 근육이완제 등의 약물적 치료와 척추신경을 압박하는 디스크와 척수강내 돌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통해 치료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수술 방법도 사람을 치료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의료장비도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치료율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신경계 질환은 수술 후에도 마비나 행동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서 추가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많은 동물병원에서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뿐 아니라 한방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한방재활치료는 한방치료와 운동치료, 물리치료 등을 사용해 반려동물의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근력, 평형감각, 관절 운동성 등을 향상한다. 세부적인 치료법으로는 침, 전침, 뜸, 온열치료, 한약치료, 운동치료, 수중런닝머신, 레이저치료, 물리치료, 마사지 등이 있다.
이 원장은 “특히나 한방치료는 약이나 수술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신체의 경혈을 자극하고 혈류 흐름을 개선해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몸의 상태와 밸런스를 조절해 회복을 돕기 때문에 신체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연 치유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시작됐을 것 같은 반려동물의 한방치료는 뜻밖에 미국의 대체의학 중 하나인 Acupuncture(침술)와 manipulation(도수치료)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의학에 익숙한 국내 수의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한의학과 접목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높은 치료율을 보인다. 이 원장은 “한방치료는 부작용이 적을뿐더러 강아지의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이기 때문에 마취나 수술이 어려운 케이스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