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의 혈액으로 난소암 재발을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법이 등장했다.
이승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 이정윤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교수·김유나 강사, 허진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임의 연구팀은 난소암 재발을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법을 개발하고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액체 생검은 혈액과 같은 체액을 활용해 암의 징후를 찾는 기술이다. 장기 조직을 떼어내 현미경으로 암을 진단하는 조직 생검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암 진단법이다.
난소암은 말기에 이를수록 재발이 잦다. 초기(25%)에 비해 말기 난소암 재발률은 80%에 이른다. 난소암은 재발을 거듭할수록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재발 예측이 중요하다.
현재 난소암 재발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로 'CA-125 단백질' 수치를 살피고 있다. CA-125는 난소암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생체표지자지만, 임신과 자궁 염증 등으로도 수치가 높아져 암이 없는 사람이 음성으로 나올 확률을 뜻하는 '특이도'가 낮다는 점이 한계다.
연구팀은 소량의 혈액만으로 액체 생검이 가능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패널을 개발하고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생검 재료는 환자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 조각 유전자(ctDNA)다. 난소암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 TP53, BRCA1, BRCA2, ARID1A 등을 검출할 수 있는 패널을 제작했다. 타게팅 유전자를 조정해 검사 비용도 줄였다.
이후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NGS 방법을 거쳐 개발 패널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연구에는 난소암 환자 201명과 양성종양 환자 95명이 참여했다. 진단 또는 수술을 기점으로 3개월마다 주기적인 검사를 진행했다.
연구에 사용한 패널로 난소암 환자 70%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 반대로 양성종양 환자 대상으로는 병인성(pathogenic) 변이가 검출되지 않아 검사 특이도 100%를 기록했다.
최초 검사에서 종양 돌연변이가 발견된 환자도 치료 6개월이 지난 검사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암 진행이 멈춘 비율이 70%에 달했다. 반면 치료 6개월 후에도 돌연변이가 검출된다면 재발로 진행한 난소암 환자 비율은 90%였다.
연구팀 검사법은 기존 CA-125 검사보다 난소암 재발을 3개월가량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 CA-125는 건강한 사람에서도 발견 가능한 단백질이기 때문에 일정 기준을 넘기면 재발로 진단한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패널이 표적 하는 것은 난소암 유발 유전자 변이로, 기존 검사와 비교해 미세잔류암을 빠르고 민감하게 진단했다.
이승태 교수는 “난소암, 양성종양 환자를 합쳐 약 300명의 연구 대상을 확보해 액체 생검 유효성을 확인했다”라며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IF 12.701)'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