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병’이라는 병명이 질병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병명을 ‘췌도부전증’으로 바꾸고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명칭은 2형 당뇨병과의 차이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질병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도록 만든다는 지적이다.
박근용 췌도부전증학부모협의회장은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사용 중인 병명은 1형 당뇨병에 대한 오해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당뇨라는 말만 듣고 2형 당뇨와 유사하게 생각하거나, 단 거 먹어서 그런 것이라는 주변 인식이 환자와 그 가족들을 괴롭힌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끼니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서 아이가 병에 걸렸다고 넘겨짚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1형 당뇨병은 췌장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2형 당뇨는 비만이나 식생활 등 후천적 요인으로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 연령이 비교적 높다. 반면 1형 당뇨는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바 없으며 진단 연령대가 다양해 소아·청소년기에 진단되기도 한다. 또 1형 당뇨병은 오직 외부에서 투여하는 인슐린에 의존해 혈당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인슐린 의존성 당뇨’로 불리기도 한다.
‘소아 당뇨’ 역시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것이 환자들의 주장이다. 1형 당뇨가 어린아이만 앓는 질환으로 잘못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환자들은 췌장이 정상 기능을 못 하기 때문에 2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증도가 높고,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으면 사망한다”라며 “소아·청소년기뿐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평생 혈당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 당뇨라는 말은 이 질병이 선천성이거나, 유전성이라는 오해를 일으킨다”라고 덧붙였다.
1형 당뇨병 환자와 보호자들은 질병으로 인한 금전적·심리적 부담이 큰 실정이다. 생활 습관이나 체형 개선으로는 증상을 완화할 수 없어 항상 혈당 측정기와 인슐린 주입기를 소지해야 한다. 장기간 여행이 어려운 것은 물론, 학업과 교외 활동에도 지장이 크다. 최근 충남 태안에서는 1형 당뇨병이 있는 7살 자녀와 부모 등 일가족이 질병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질환 명칭을 개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복지부는 2011년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으로, 2014년 ‘간질’을 ‘뇌전증’으로 개정한 바 있다. 질병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해 복지부는 부정적 의미가 담긴 ‘치매’를 대체할 명칭을 찾기 위해 '치매 용어 개정 협의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환자 단체는 질병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원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명칭 개정을 비롯해 중증 난치질환 인정, 의료비 및 의료기기 지원 강화, 의료기기 요양급여 전환, 췌장 장애 인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증 난치질환에 포함될 경우 상급종합병원 치료비 본인부담금이 현행 60%에서 10%로 줄어든다. 또 요양비에서 요양급여로 전환할 경우 의료기관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처방하고 사용법을 교육할 수 있게 된다.
학계 역시 질병의 특성을 드러내는 정확한 명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단순히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것과 ‘말기신부전증’은 확연히 다른 표현이다”라며 “1형 당뇨병의 명칭도 췌도부전증으로 바꾸면 2형 당뇨병과 혼동하지 않고 질병의 심각성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