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것에 분개할 것이다. 정당한 사고에 따른 정상적인 감정이지만 세금 사용에 대한 뿌리 깊은 국민적 불신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특히 복지, 연금 및 의료보험 등에 쓰이는 세금에 대한 비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혜택을 받으면 안되는 사람들이 버젓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유의 사회서비스는 인간의 기본적 삶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문제가 있으면 해당 부분을 꼭 집어 해결해야지 전체적 관점에서 서비스 수준을 낮출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인간의 기본권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아니지만 요즘 연구개발(R&D) 예산 문제가 시끄럽다. R&D 효율화야 당연히 달성해야 할 부분이지만, 알고 지내는 한 교수는 올해 예산이 50%가, 다른 교수는 40%나 삭감되었다고 걱정들을 한다. 필자가 정확한 통계를 검토한 것이 아니기에 이런 사례가 다소 지엽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과 같이 R&D 영역은 연속성을 갖는 분야이기에 갑작스런 정책 변화가 장기적인 연구개발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식재산권 분야도 예산 감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원사업이나 규모의 축소는 특히 자금력이 크지 않은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엄청난 로열티 수입을 얻는 몇몇 외국 기업과는 달리,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에 있어 지식재산권에 소요되는 비용은 ‘온전한 비용’인 경우가 많다. 기업의 무형 자산이나 투자 가치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매몰되는 비용이라 할 수 없지만, 마케팅이나 설비 등의 비용은 바로 기업의 수입에 영향을 주는 반면, 지식재산권 관련 비용은 당장의 기업 수입과 그 상관도가 크지 않은 측면에서 그렇다. 그러니 중소기업에 있어 정부 관련 지원의 축소는 지식재산권 확보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2024년도 특허청 예산은 한 자릿수 정도로만 감축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특허청 예산 중 특허품질 향상이나 행정서비스 개선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예산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에 지원되는 지식재산 관련 예산이 일정 정도 이상으로 감축되는 것은 필연적일 수 있겠다.
당장 스타트업 기업들이 지식재산 확보를 위한 비용 지출 부담을 경감하는 데에 실질적 도움을 주었던 특허청의 스타트업 지식재산바우처 사업이 예산 문제로 올해는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특허청은 해당 지원사업을 대체하여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스타트업에 대한 지식재산 지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고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게 맞는 시기이다. 그렇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는 멈출 수 없는 일이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특히나 ‘선점’이 중요한 지식재산 관련 예산에 대해 정부 관계자의 깊은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아이피리본 대표/변리사 김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