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WTI 7월 인도분 선물유가는 전일 대비 배럴당 1.92달러 상승한 70.01달러, 영국 런던 석유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4달러 오른 69.6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내 주도입 원유의 가격 기준인 중동산 두바이유 역시 현물가격이 급등하며 배럴당 70달러대에 근접한 69.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선물유가가 70달러를 넘어선 것은 7개월여 만이고, 지난 2월 최저가(34달러)와 비교하면 4개월여 만에 2배 이상으로 급등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의 유가상승 배경 중 하나가 투기자본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더해지면서 지난해 유가폭등 현상이 연상되는 것이다.
석유공사는 유가 급등이 미국 달러화 약세와 원유재고 감소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유로화 대비 미 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1.2% 상승한 1.407달러를 기록하는 등 달러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화 대신 석유 등에 자본이 유입돼 유가가 상승했다는 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물경제가 뒷받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물유가가 70달러대를 넘어 80달러까지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지난해와 같은 이상 급등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석유시장 분석실장은 “유가 급등이 수요가 증가해서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닌 만큼 원인은 금융에 있다”면서도 “현재 경기 상황에서 유가가 올라올 수 있는 한계까지 간 것으로 본다”고 말해 추가 유가급등 전망에 선을 그었다.
이 실장은 “자본이 많이 풀렸고, 이 자본이 투자할 곳이 적절치 않은 상황이어서 유가가 70달러 중반까지 갈 수는 있겠지만 있지만 지난해 (이상 급등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고,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더 이상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마당에 석유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투기자본만의 힘으로는 유가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도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석유소비가 지난해 대비 2% 감소한 하루 8368만 배럴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혀 수요 감소를 예상했다.
에너지정보청은 WTI의 평균 가격이 하반기에는 배럴당 67달러, 올해 연 평균으로는 59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