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실적 반등 전망…“투자 중단 없다”
작년부터 불어닥친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바닥을 다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배터리 업계는 투자를 멈추지 않고 시장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일 올해 1분기 매출액 6조1287억 원, 영업이익은 1573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75.2% 감소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세제 혜택은 1889억 원이다. 이를 제외하면 316억 원 적자다. 업계에서는 유럽 내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폴란드 공장의 가동률이 50%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SK온은 올해 1분기 적게는 1000억 원대에서 많게는 5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북미와 유럽 내 출하량이 작년 4분기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북미·유럽 고객사 수요 성장 둔화로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1% 하락하고, 이에 따라 AMPC도 전 분기보다 58% 줄어든 1017억 원으로 급감이 예상된다”며 “유럽 신규 공장도 당분간 가동이 시작되며 초기 고정비 부담이 크게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1% 감소한 2212억 원으로 예상된다. 중대형전지의 경우 고객사 물량은 증가했지만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며 판매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 하락했다. 또한 전동공구 수요 약세로 소형전지의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이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의 올해 시설투자액(CAPEX)은 모두 합쳐 24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총 7조2000억 원을 투자하는 원통형·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고 밝혔다. 총 생산능력은 53기가와트시(GWh)로, 2026년 가동이 목표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2공장도 이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SDI는 미국에 배터리 단독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와 총 3개의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그간 독자 진출에 선을 그어온 삼성SDI지만, 미래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은 상반기 중국과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포드, 현대차그룹과 북미에서 각각 짓고 있는 합작 공장 3곳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배터리 업계 실적은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분기부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고, 금리 인하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중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 하락세가 멈췄고, 하반기로 갈수록 전기차 가격 경쟁 효과가 나타나며 전기차 수요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