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 情 나눈 ‘초코파이’…세계인 입맛 사르르 녹였네[장수 K푸드①]

입력 2024-04-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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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4-23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오리온, 1974년 4월 2년여 개발 끝 탄생…그해 9월 수작업으로 생산ㆍ판매

국내 제과업체 첫 월 매출 50억 달성
중국ㆍ베트남ㆍ러시아 등 60개국 수출
황금 배합ㆍ수분으로 부드럽고 촉촉하게
현지 맞춤 마케팅…할랄ㆍ식물성 원료도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한국 라면과 스낵 등 K푸드의 수출도 매년 늘고 있다. 업력이 더해져 올해로 탄생 40주년, 50주년을 맞은 식품은 그 자체로 ‘장수 브랜드’가 됐다.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MZ세대까지 남녀노소 입맛을 사로잡은 장수 제품의 개발 비화와 역사 등 숨은 이야기를 다뤄본다.

▲왼쪽부터 1974년 '초코파이'와 현재 모습. (사진제공=오리온)
▲왼쪽부터 1974년 '초코파이'와 현재 모습. (사진제공=오리온)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초코파이)’이 이달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초코파이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고 현재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세계 6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반세기만에 한국인의 대표 간식 초코파이는 세계인의 간식이 된 것이다.

출시 이후 인기 행진…지구 130바퀴 돈 판매량

23일 오리온에 따르면 초코파이는 약 2년여 간 연구 끝에 1974년 4월 개발됐다. 비스킷과 초콜릿, 마시멜로를 혼합한 초코파이는 이전 과자들과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출시 직후부터 어린이부터 노인층까지 폭넓게 사랑받았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개발한 그해 9월부터 본격 생산, 판매에 돌입했다. 다만 출시 초기에는 대부분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 월 생산 규모는 2억~3억 원 수준이었다.

이후 초코파이가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제품”으로 인기가 치솟자, 연 매출액은 1977년 17억 원, 1978년 26억 원, 1979년 83억 원, 1980년 122억 원으로 급증했다. 1996년 12월엔 월 매출액 53억 원을 돌파,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단일제품 월 매출 50억 원 돌파 신기록을 세웠다.

현재 초코파이의 월 매출액은 글로벌 합산 5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누적 매출은 7조 원을 넘겼고, 국내 누적 매출은 2조3000억 원에 달한다. 판매량만 따지면 누적 460억 개를 넘는데, 이는 지구 130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다.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마시멜로·비스킷·초콜릿 황금배합...부드럽고 촉촉한 맛의 비결

오리온 초코파이는 수분 함량이 높은 마시멜로와 비스킷, 초콜릿을 배합해 만든다. 특히 마시멜로의 수분은 숙성 과정에서 비스킷까지 적셔 부드러운 식감과 촉촉함, 풍미를 유지하는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마시멜로의 수분은 미생물에 의한 오염과 변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오리온은 큰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던 와중인 1995년 “제품에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소비자 불만 접수가 대표 사례다. 그해 여름 중국 남부지역에선 장마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고온다습한 현지 기후를 초코파이 생산공정이 극복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에 오리온은 초코파이 생산제품 전량인 10만 개를 수거해 모두 불 태웠다. 또 당시 사용한 투명포장지를 생산원가 상승을 감수하고도 전면 교체했다. 투명포장지는 열과 공기가 비교적 잘 투과해 변질이 쉽기 때문이다.

오리온 초코파이 개발팀은 이 사건을 계기로 1년여 간 신제품 출시 대신 연구에 몰두, 최적의 수분 함량(13%)을 찾아냈다. 이후 러시아와 중동 등 한국보다 춥거나 더운 지역에 수출해도 초코파이는 6개월 넘게 변함없는 품질과 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초코파이 바나나', '초코파이 하우스 딸기앤크림', '초코파이 하우스 초코앤크림'. (사진제공=오리온)
▲왼쪽부터 '초코파이 바나나', '초코파이 하우스 딸기앤크림', '초코파이 하우스 초코앤크림'. (사진제공=오리온)

세계로 간 초코파이…바나나부터 식물성원료까지 무한변신

초코파이의 인기는 세계 60여 개국으로 뻗어갔다. 글로벌 시장의 한 해 판매량은 35억 개에 달한다. 오리온은 국가별 정서에 맞춰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처럼 정(情)을 중시하는 베트남에서는 정을 의미하는 현지어 Tinh을, 인간관계에서 인(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에서는 仁을 포장지에 넣었다.

맛도 달리 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차와 케이크를 함께 먹는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차와 어울리는 라즈베리, 체리, 블랙커런트, 망고 등을 넣은 초코파이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법인은 오리온 해외법인 중 가장 많은 14개 종류의 초코파이를 생산 중이다. 인도에서도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딸기, 망고 등 다양한 맛을 추가해 꾸준히 변화를 주고 있다. 이 밖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는 돼지 대신 소고기 활용 젤라틴을 사용해 할랄 인증도 받았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선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한 초코파이를 판다.

국내에선 2016년 3월 오리온 창립 60주년을 맞아 처음 선보인 자매제품 ‘초코파이 바나나’를 시작으로, 2017년 ‘초코파이 딸기’를 비롯해 ‘딸기&요거트’, ‘피스타치오&베리’ 등 다양한 맛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2022년 여름 한정판 ‘초코파이 수박’도 화제였다. 올해 2월엔 1974년 첫 출시 이후 처음으로 마시멜로 대신 크림을 넣은 ‘초코파이 하우스’ 2종도 선보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의 50년 인기 비결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과 품질”이라며 “전세계 어디에서 만들더라도 초코파이 고유의 맛을 내도록 품질과 원료, 생산방법을 세심하게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현지 매장에 진열된 '초코파이'. (사진제공=오리온)
▲베트남 현지 매장에 진열된 '초코파이'. (사진제공=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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